[더깊은뉴스]선배의 군기잡기…신입생 ‘피눈물’
철봉 매달리기, 75도 인사하기, 검은 운동화만 신기…이런 일들이 군대가 아닌 대학가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속칭 '젊은 꼰대들의 군기잡기' 실태를 집중 취재했습니다 박건영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화려한 응원단복에 매료됐던 새내기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시멘트 바닥에 수없이 부딪힌 무릎은 피멍으로 뒤덮였습니다 선배들은 보호대조차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홍익대 응원단 신입생] "나 때는 너네 때보다 더 열심히 하고 많이 혼났다 맞았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서 다리가 아프다고 해도 (무릎 보호대를) 절대로 못하게 하는…" 결국 참다못한 신입생들은 모두 뛰쳐나갔습니다 응원단이 썼던 대학 체육관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인적조차 뚝 끊겼습니다 [홍익대학교 관계자] "경찰에서는 가해자가 16명으로 늘어난 상태이고요 경중 정도를 판단해서 늦어도 다다음 주쯤에 검찰에 송치할 예정…" 학내 군기 잡기는 '강요죄’로 처벌할 수 있는 무거운 범죄입니다 [장윤미 / 변호사] "학생들 입장에서는 형사 절차를 당사자인 본인이 행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어서 고소나 신고를 상당히 꺼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 그런 탓인지 경찰청이 지난 한 달간 운영한 폭행·강요 신고팀에는 신고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간호학과 신입생 박희연 씨 하지만, 기대에 부풀어 참석한 신입생 환영회에선 선배들의 갑질이 판쳤습니다 [박희연 씨(가명) / A대 간호학과 1학년] “(신입생) OT 끝나고 간호학과만 부르더라고요 (선배들이) 바지 검사하고, 신발 검사를 하고 그랬어요 ” 희연 씨는 학과 행사 때마다 꼭 검은 운동화를 신으라는 선배들의 지시에 항의했습니다 돌아온 건, 선배들의 집단 군기 잡기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안 교수는 뜻밖의 훈계를 했습니다 [박희연 씨(가명) / A대 간호학과 1학년] “교수님이 자기 때는 힘들어도 다 했다고 근데 요즘 애들은 부모님들이 울타리 안에서 오냐오냐 키운다 이런 것도 못 견디면 간호사 돼서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 상당수 교수들도 은근히 선배들을 두둔했습니다 [A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학생들이) 병원에 실습을 가요 한 명이라도 문제가 있는 애들이 생기게 되면 우리가 어렵게 얻은 실습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어요) 학교, 학과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인성 교육을 하는 거죠 " 한 구인 전문업체의 조사 결과, 대학생의 절반 이상이 교내 군기 잡기를 경험했지만 이들 가운데 과반수는 참고 버틴다고 답했습니다 호텔 경영학과에 입학한 이지연 씨, 머리 모양과 인사 각도까지 지시하는 선배들의 갑질을 견디다 못해, 한 달 만에 자퇴했습니다 [이지연 씨(가명) / B대 호텔 경영학과 1학년] "(두 손을 배꼽 위에 모아서) 자세가 모범적이다 보여주면서 '안녕하십니까' 75도 각도를 유지해야 해요 소리를 크게 안 내면 뭐라고 하시고 지금 제일 우울감이 심해서…" 지연 씨의 심리 상태는 어떨까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봤습니다 [현장음] "마음에 안 드는 건 어떤 점이 안 드는 거세요?” 어렵게 말문을 연 지연 씨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남희경 / 심리상담 전문가] “자존감이 낮고 자신감이 부족하고 (자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게끔 주변에 상의할 대상이 없다는 거 그러한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 ” 항공 정비사의 꿈을 품었던 스무 살 청년 김현석 씨는 고문이나 다름 없는 가혹 행위도 당했다고 고백합니다 [김현석 씨(가명) / C대 항공학부 1학년] "지금 철봉을 없앴는데 (후배들을) 이렇게 묶어서 매달려서 따귀맞고 아침에 있던 친구가 다음 날 가면 없고 그 이후로 저희 과에서 자퇴한 애가 지금 3명 있어요 “ 교내 인권 센터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김현석 씨(가명) / C대 항공학부 1학년] "근처에 있는 교회 목사님이 오셔서 얘기하시니까 얘기하면 (교회 다니는) 선배님 귀에 들어가고 얘기를 안 하는 게 오히려 낫다고 생각하는 거죠 침묵이 약인 것처럼" 인권 센터가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한 대학은 전국 128개 대학 중 34곳 뿐 그나마도 비용을 핑계로 간판만 걸어둔 곳이 대다숩니다 지난해 국회에 발의된 인권 센터 설치 의무화 법안은 언제 통과될 지 기약이 없습니다 [노웅래 /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전문 상담 인력 확충이 필요하고, 비밀 보장이 가능하도록, 학교 측으로부터 독립된 인권센터가 설치돼야 한다고 봅니다 ” 기성 세대의 군기 잡기를 비난하는 젊은 세대가 어느새 그들의 악습에 젖은 건 아닌지, 되돌아볼 때입니다 [현장음] “솔직히 잘못된 건 고쳐야 되는 게 맞는 거잖아요 그런데 문화라고 하면서 고칠 생각은 안하는 거죠 ” 채널 A 뉴스 박건영입니다 박건영 기자 change@donga com 연출 이민경 글·구성 전다정 김대원 그래픽 김민수 ○ 기사 보기 ▶채널A뉴스 구독 [채널A 뉴스·시사 프로그램|유튜브 라이브 방송시간] 〈평일〉 08시 00분 라디오쇼 정치시그널 (유튜브 라이브) 08시 50분 김진의 돌직구 쇼 10시 20분 김진의 더라방 (유튜브 라이브) 12시 00분 뉴스A 라이브 15시 50분 강력한 4팀 17시 20분 뉴스TOP10 19시 00분 뉴스A 〈주말〉 12시 00분 토요랭킹쇼·뉴스A 라이브 17시 40분 뉴스TOP10 19시 00분 뉴스A # # #채널A뉴스 ▷ 홈페이지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