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우려에 실적 부진, 경쟁사 추격까지…먹구름 짙은 K반도체_산업뉴스[산업방송 채널i]

경기 침체 우려에 실적 부진, 경쟁사 추격까지…먹구름 짙은 K반도체_산업뉴스[산업방송 채널i]

[앵커멘트] 시간이 갈수록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반도체산업까지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당장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는 소식, 여러 언론을 통해서 들으셨을 텐데요 서울경제 조양준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조양준 기자, 안녕하세요 먼저 반도체가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만큼 수출 감소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올해 무역적자가 벌써 300억달러를 넘어섰다면서요 [기자]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무역수지, 즉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수치가 38억2500만달러 ‘적자’인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이 수치가 더해지면서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327억1400만달러, 우리 돈으로는 47조원에 가까운 규모로 불어났습니다 수출 실적이 이렇게 신통치 않아진 데에는 짚어주신 대로 반도체 수출 성적이 부진한 측면이 큰데요 10월 1일부터 10일, 즉 상순 기간 동안 반도체 수출은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지난 8월 2년2개월만에 7 8% 감소하고, 9월에도 5 7% 줄어든 데 이어 10월 역시 반도체 수출이 부진을 나타낼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이렇듯 반도체 부진으로 수출이 줄어들고, 유가 상승으로 수입가격은 높아지면서 무역수지는 계속 적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당분간 반도체 시장 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한국 경제 회복세가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그 이유로 ‘대외 여건 악화로 인한 반도체 수요 둔화’를 들었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은 여러 차례 전해드린 바 있고요 세계의 공장, 중국은 아직도 엄격한 방역 정책 ‘제로 코로나’를 유지하면서 생산활동을 예전 수준으로 돌려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반도체 수요가 앞으로도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는 겁니다 대표 품목이자 경기 ‘바로 미터’인 반도체에 이처럼 먹구름이 끼었다면 다른 산업, 또 이에 속한 기업들의 경영 심리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겠죠 실제로 국내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는 9월 82에서 10월 73으로 크게 낮아지기도 했습니다 [앵커] 반도체 기업들 실적도 부진하죠? 삼성전자는 3분기에 ‘어닝 쇼크’를 기록하기도 했고요 [기자] 맞습니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해 3분기 잠정 실적을 보면요, 이 기간 영업이익은 10조8000억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3분기보다 31% 이상 급감했고요 11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됐던 전망치를 크게 밑돌기도 했는데요 이 가운데 반도체 실적을 떼어놓고 보면 지난해 3분기에 반도체 영업이익은 10조원 가량이었는데, 올해 3분기에는 5조에서 6조 사이로 거의 반토막이 났습니다 또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의 경우 오는 26일로 예정된 실적 발표 때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한 수치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 대표 주자들이 모두 실적 부진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겁니다 올해 남은 기간, 즉 4분기에도 반도체 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합니다 경기 불황으로 반도체 수요는 늘지 않고 제자리 걸음이거나 또는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보이고, 생산했지만 판매하지 못한 반도체 재고도 계속 쌓여가고 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이런 분위기가 내년이 되어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시각 역시 존재합니다 이 같은 이유로 금융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감산, 즉 반도체 생산량을 지금보다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수요는 둔화되고, 재고는 쌓여가고 있으니 생산량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감산 주장의 취지인데요 감산이 최근 ‘5만 전자’, 즉 5만원대에 갇힌 삼성전자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미국에서 개최된 ‘삼성 테크데이’에서 “감산 논의는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외국은 어떤가요? 글로벌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면 외국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할 것 같은데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국내 반도체 부진은 세계 시장 상황과 맞물린 것이죠 세계 반도체 회사들의 상황을 추측해볼 수 있는 지표 같은 것이 있는데요 바로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인데, 이 지수에 포함된 세계 반도체 회사들의 순이익 전망치가 최근 3개월 사이에 16% 하향 조정됐습니다 이는 2008년, 그러니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라고 합니다 최근에 또 하나 눈여겨 볼 만한 소식이 나왔는데요 PC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 즉 CPU를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드는 회사가 유명한 인텔이죠 인텔이 수천명에 달하는 대량 ‘정리 해고’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외신을 통해 나온 것입니다 판매나 마케팅 등 일부 부서의 경우 직원 20%가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유는 인텔의 주력 제품인 CPU가 들어가는 PC의 출하량이 최근 표현 그대로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는데요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6800만대로 1년 전보다 20% 가까이 감소했는데, 이는 최근 20년 사이 가장 큰 감소 폭입니다 인텔은 이미 지난 7월에 올 한해 전체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110억달러, 약 16조원 정도 적을 것이라는 자체 추산을 내놓기도 했죠 PC 출하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는, 어떻게 보면 기업 같은 경제 주체들의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도 되죠 모든 업무가 컴퓨터로 처리되고 있으니까요 그만큼 세계 1위 CPU 업체 인텔의 감원 준비 소식은 글로벌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신호인 것 아니냐, 이런 분석이 나오는 것입니다 [앵커] 이런 와중에 대만 TSMC는 삼성전자와 인텔을 따돌리고 글로벌 반도체 1위가 됐다, 이런 얘기도 들리는데요 이건 또 어떻게 된 이야기인가요 [기자] 방금 세계 반도체 경기가 불황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또 그 속에서도 명암이 엇갈리는 모양새입니다 대만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즉 반도체 위탁생산 1위 회사이죠 TSMC는 3분기 매출이 약 6130억대만달러, 우리 돈으로는 27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8% 증가했다고 최근 발표했는데요 삼성전자가 같은 기간 25조원 안팎, 인텔이 약 21조원 가량 매출을 거둔 것과 비교했을 때 TSMC가 경쟁사들을 따돌린 것으로, TSMC가 분기 매출 글로벌 1위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TSMC는 말씀드린 대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입니다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 비메모리, 즉 시스템 반도체를 맞춤 생산하는 분야에서 1위라는 것이죠 삼성전자는 TSMC에 이어 파운드리 점유율 2위이고, 아직은 주력이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파운드리 시장은 앞으로 더욱 성장할 추세이고요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올해 986억달러에서 3년 뒤인 2025년에는 1456억달러, 약 208조원 규모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반해 메모리 반도체에 속하는 D램의 3분기 가격은 2분기보다 10%에서 15% 가량 하락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또 다른 축인 낸드플래시 가격도 같은 기간 최대 18%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고요 정리하면 파운드리 분야는 반도체가 마치 ‘산업의 쌀’처럼 탑재되지 않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그 활용도가 늘어나는 반면 ‘기성품’에 해당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시장의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앵커] 미국의 중국 반도체에 대한 수출 규제도 국내 반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일단 우리 기업은 ‘예외’를 인정 받는 분위기인 것 같기는 합니다만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이 중국의 전기차와 바이오 등 산업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각종 조치를 내놓고 있다는 소식, 몇 차례에 걸쳐서 전해드린 바 있죠 이제 그 대상이 반도체로 넓혀졌습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일 미국 기업이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나노 이하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를 발표했습니다 당장 오는 21일부터 이 조치는 효력을 발휘하고요 미국이 중국의 첨단 산업 발전을 막기 위해 각종 ‘장벽’을 쌓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국내 기업이 어떤 영향을 받느냐 이겠죠 중국에 있는 외국 기업, 우리로 치면 중국 산시성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가동 중인 삼성전자, 다롄·우시에 각각 낸드플래시와 D램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미국의 새로운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이 되는데, 미국 정부 측은 일단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외국 기업의 경우 규제 일괄 적용이 아니라 ‘개별 심사’를 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또 지난 12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대해 미국 정부가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적용을 1년 유예하겠다고도 약속했습니다 종합하면, 일단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에서 우리 기업들은 영향권에서 비켜가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도 분명 존재합니다 수출에 아무 제약 조건이 없다가 갑자기 건건마다 ‘심사’를 받게 됐다는 것 자체가 한국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고요 실제로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KLA라는 곳은 중국에 위치한 자사 고객사에 ‘납품 중단’을 통보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KLA는 반도체 검사와 계측 장비 분야 글로벌 1위인 곳으로, 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이 KLA로부터 장비 공급을 받지 못하게 될 뻔 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들이 앞으로 반복된다면 우리 반도체 기업에는 분명 긍정적인 일은 아닐 겁니다 [앵커] 네 인플레이션에다 달러 환율 상승, 여기에 반도체산업 규제까지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네요 정부와 기업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