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사라진 DMZ 마을 메타버스로 복원 / KBS  2023.01.28.

[통일로 미래로] 사라진 DMZ 마을 메타버스로 복원 / KBS 2023.01.28.

거리두기가 풀린 이번 설엔 우리 국민 절반 정도인 2천 6백만 명이 대이동을 한다는 전망도 있었는데요 이런 명절 때가 되면 고향이 그리워도 가지 못해 가슴 아파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네, 6 25 전쟁 때 피난 나왔다가 다시는 고향 땅을 밟지 못하게 된 실향민들이 그런 분들인데요 전쟁 통에 마을이 폐허가 돼서 이젠 가봐도 형태조차 알아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하영 리포터, 이런 분들에게 최근 반가운 소식이 있다고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DMZ 비무장지대 안의 사라진 마을이 400여 곳에 이른다는데요 이 중 일부 마을들이나마 ‘메타버스’로 구현했습니다 1940년대, 전쟁 전까지 주민들이 살던 마을을 그대로 복원해 3차원 가상현실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겁니다 가상현실이지만 실향민들이 보고 진짜 고향마을처럼 느껴야 할 텐데, 뭘 근거로 구현한 거죠? 이번에 구현한 마을들은 그 고향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어르신들의 기억과 구술을 바탕으로 제작했다고 합니다 제가 이번에 증언했던 분들을 직접 만나보고 또 제작 현장에서 체험도 해보고 왔습니다 어린 시절 잃어버렸던 고향을 되찾은 느낌을 받았서 참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가보실까요? [리포트] 밥 짓고, 빨래하고, 학교에 가고 6 25 전쟁 전 비무장지대, DMZ에는 평화로운 일상의 무대가 된 마을 400여 곳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은 많은 것을 바꿔놨습니다 마을은 파괴됐고, 분단이 되면서 지금은 무성한 수풀만 남았습니다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강원도 양구군 수입면 문등리 이곳에서 태어나 전쟁 발발 이듬해까지 열여덟 해를 보낸 정일호 어르신은 아직도 마을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정일호/92세/강원도 양구군 문등리 출신 : "산 밑으로는 과수원이 있고 밭이 있는데 양잠, 누에고치 말리는 건조장이 있고 그 다음에 그네도 크게 만들어서 단오 날 뛰게 만들어 놓고 "] 마을을 떠난 지 벌써 70년이 더 흘렀지만 종이 위에 추억의 숨결을 불어넣어 마을 지도를 나름 완성해 봅니다 [정일호/92세/강원도 양구군 문등리 출신 : "앞으로는 이제 면사무소가 있고 여기 우체국이 있고 이게 학교 운동장 이게 학교 청사 "] 그렇게 사라진 마을을 복원하기 위해 정일호 어르신을 포함해 모두 24명이 구술에 나섰습니다 여기에 문헌 자료 등을 보강했고 유엔사 등의 협조를 받아 실제 비무장지대 내 마을을 방문해 마을 터와 담벼락 등 흔적을 확인하며 검증 작업도 거쳤습니다 이렇게 재탄생한 것이 3차원 가상현실, ‘메타버스’입니다 6 25전쟁 이전의 주요 건물과 당시 주민들의 생활을 아바타를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는데요 정일호 어르신이 구술했던 문등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윤경진/‘DMZ 사라진마을’ 메타버스 팀장 : "지금 보시면 광산으로 유명했던 마을이고 품질 좋은 인삼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 [정일호/92세/강원도 양구군 문등리 출신 : "형석, 파란돌 일본 사람들이 운영하는 건데 한국 사람들이, 노동자들이 많았지 "] 추억 속의 고향을 이렇게라도 접하니 새삼 감회에 젖습니다 [정일호/92세/강원도 양구군 문등리 출신 : "금강산 아래 마을에 이런 문등리라는 데가 있었구나, 이런 걸 알게 되니까 참 나로선 맘이 기쁘지 "] 젊은 층까지 마을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게임과 미션 등도 준비했습니다 [윤경진/‘DMZ 사라진마을’ 메타버스 팀장 : "광산을 테마로 한 슈팅미션 계열의 형석광석 캐기 미션이라든지 아니면 스토리 미션에서 형석광석을 찾아오는 미션이 있거나 그런 것들을 구성해놨습니다 "] 사라진 수백 개의 마을 중 양구군 외에도 연천, 철원, 고성군이 메타버스를 통해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이번엔 고성군 대강2리에 사셨다는 김이태 어르신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김이태/87세/강원도 고성군 대강2리 출신 : "(안녕하세요 ) 아이고, 잘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어르신 ) 반갑습니다 "] 6·25전쟁 직후인 중학교 2학년 때까지 38선 위쪽의 초구리에 살았다는 김이태 어르신은 남한으로 와서야 마을의 정확한 이름이 대강리라는 걸 알았다고 합니다 [김이태/87세/강원도 고성군 대강2리 출신 : "우린 그때 대강2리라는 걸 잘 몰랐어요 왜냐면 초구역이 있기 때문에 전부 초구, 그냥 초구리 이랬다고요 "] 동해북부선 열차가 운행하는 초구역 근처에 살던 어르신 기억으론, 동네는 늘 타지 사람들로 북적였는데요 [김이태/87세/강원도 고성군 대강2리 출신 : "양양 쪽이나 고성 쪽이나 원산이나 평양가려면 전부 우리 동네로 와서 거기서 일박 할 사람 일박하고 또 그냥 가까운데서 온 사람들은 기차 타고 가고 "] 마을 동쪽이 ‘송도진리’라는 어촌마을과 바다에 인접해 있어 고등어, 도치 같은 생선을 먹었고 친구들과 곧잘 낚시하곤 했다고 합니다 [김이태/87세/강원도 고성군 대강2리 출신 : "민물 새우가요 우리 정강이 이런데 막 쏘아 근데 하도 고기가 많으니까 그런 걸 집에 가지고 가질 못해 "] 또, 마을 가까이 금강산이 있어 1만 2천 봉의 마지막 봉우리인 구선봉으로 초등학교 소풍을 떠나곤 했었는데요 [김이태/87세/강원도 고성군 대강2리 출신 : "아홉 구자 신선 선자 아홉 신선이 내려와서 장기를 뒀다든가 바둑을 뒀다든가 그때 우리 어렸을 적에도 아홉 신선이 이렇게 평편한데서 놀다 갔구나 하는 그런 생각을 했지 "] 빛바랜 어린 시절 기억을 하나하나 더듬어 완성한 이 지도는, ‘메타버스’의 3차원 가상세계 속에 이렇게 다시 구현됐습니다 [김이태/87세/강원도 고성군 대강2리 출신 : "(바다죠, 여기가 바로 바다가 앞에 있네요 ) 그게 이제 한 이 정도 생각하면 되겠네 (아, 여기쯤 ) 이게 이렇게 모여서 바다로 내려가니까 "] 2023년 다시 마주한 고향 마을, 반갑긴 하지만 한편으론 낯선 마음도 드는데요 [김이태/87세/강원도 고성군 대강2리 출신 : "글쎄, 상당히 좋은데 왜 집들이 현대식 집들을 짓고 우리 눈으로 보면 그때와 (비교해서) 지금이 너무 현대화 됐다 이거야 "] 직접 갈 수 없는 DMZ 마을을 가상으로 구현해 낸 건 신선한 시도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윤경진/‘DMZ 사라진마을’ 메타버스 팀장 : "건물이 이 당시엔 병원이 초가집이었다, 이 당시엔 함석으로 돼 있었다, 그런 여러 가지들을 좀 더 디테일한 부분들을 담아서 디벨롭(발전)시키면 더 좋지 않을까 그러면 어르신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긴 합니다 "] 이제는 이렇게 가상세계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마을의 흔적들, 현재 이곳은 DMZ라는 아픔 서린 이름으로 불리지만 분단 이전 마을 주민들에겐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동네였습니다 ‘비무장지대 사라진 마을 메타버스’가 ‘DMZ’라고 하면 인식되는 무거운 느낌 대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보는데요 [서진선/통일부 주무관 : "1940년대에는 이러한 삶을 살았었구나, 내가 그 안에 들어와 있구나 라는 것도 좀 체험해보면서 이제 DMZ에 마을들이 지금은 사라졌지만 나중엔 저기 안에서 살 수 있겠네?"] [김이태/87세/고성군 대강2리 거주 : "그 여기가 다 마을인데 "] [김창환/강원대 DMZ HELP 센터 소장 : "네, 여기가 전부 다 마을입니다 여기가 송도진리 마을이 있었던 데고 이 뒤가 철길이 지나가는 데 (7호 국도선 ) 그렇죠, 국도선하고 철길이 지나가는 데 "] [유명희/춘천학연구소 연구원 : "어르신 어떠세요?"] [김이태/87세/고성군 대강2리 거주 : "눈물이 나죠 "] [유명희/춘천학연구소 연구원 : "이제 마음속에 맺힌 게 풀리셨어요?"] [김이태/87세/고성군 대강2리 거주 : "직접 더 가보고 싶죠 "] ▣ KBS 기사 원문보기 : ▣ 제보 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홈페이지 : ◇ 이메일 : kbs1234@kbs co kr #DMZ마을 #메타버스 #실향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