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낭송 ] 고맙다  강추애  낭송 전필주

[ 시낭송 ] 고맙다 강추애 낭송 전필주

고맙다 / 강 추 애   걷다가 아카시아 꽃 하나 뜯어 먹었다 사는 일 서로 뜯어먹는 거라는데 나는 같은 사람의 것을 뜯어 먹는 데는 서툴지만 열매나 풀꽃을 뜯어 먹는 데는 익숙해서 미안하네 힘없고 말없어 가장 만만하니 내 입에 흩어 넣고 달다는 구나 내 것을 요만큼도 탐하지 않는 그대들에게 함부로 손 뻗치어 뜯어먹고, 또 뜯어 먹고 풀과 꽃과 열매를 뜯어먹으며 걷다가 무참히 뜯어 먹히는 장엄한 침묵에 목이 아프다 붉고 동그란 심장 같은 들꽃에 멈추어 섰다 억센 잡초 사이에서 초연히 흔들리는 너 노상 살아내는 일에 허덕이는 내 꼴이 사뭇 부끄러워 피고 지는 세월 속에서 날짐승, 들짐승에게 뜯어 먹힐 넌 그저 뜯어 먹힐 운명이나 그 자리서 피고 지는 오연히 맑은 모습으로 날 위로하니   고맙다 #시낭송 #고맙다 #강추애 #전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