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흐르는 물은 없다 [신동욱 앵커의 시선]

위로 흐르는 물은 없다 [신동욱 앵커의 시선]

"결과가 속상합니다 조금 더 나은 결과를 얻으려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이란에게 완패한 뒤 슈틸리케 감독은 느닷없이 카타르 선수를 들먹였습니다 "우리에겐 소리아 같은 선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그는 "선수들 스스로 문제점을 봐야 한다 어릴 적부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마치 해설가가 평론하듯 말했지요 작전을 짜고 선수들을 지휘한 감독 자신의 책임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1990년대 거품경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일본 인기 드라마는 복마전 같은 은행을 풍자합니다 쇄신과 개혁이 시급한데 간부들은 돈과 권력에 눈이 멀어 파벌싸움을 일삼지요 한 임원이 말합니다 "부하의 공적은 상사의 것 상사의 실패는 부하의 책임"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했습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릅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지요 그런데 아랫물만 청소한들 윗물이 맑아질까요 돌담을 손보려면 당연히 윗돌부터 들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닥친 위기와 혼돈 속에서 대통령실이 인적 쇄신을 한다고 했을 때 다들 칼바람이 몰아치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1급 비서관 다섯을 포함해 실무진만 쉰 몇 명을 바꾸는 것으로 일단락됐습니다 결국 수석급 물갈이는 홍보수석 한 자리에 그쳤습니다 역대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에서 윗선은 놔두고 실무진만 대거 바꿨다는 사례를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출범 석 달 만에 광우병 선동극에 허리가 꺾였던 이명박 정부만 해도 비서실장과 일곱 수석 전원을 바꿨습니다 그렇게 뼈를 깎는 쇄신으로 지지율을 두 달 만에 큰 폭으로 반등시켰지요 이번 경우는 사정이 좀 특수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긴 합니다 급하게 대통령실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윤핵관들의 입김이 과도하게 작용했다는 겁니다 내부 정보가 여당으로 새나가는 일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윗물이 아닌 아랫물부터 가는 이상한 모양새의 쇄신이 됐다곤 합니다만 그래도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관리들이 지켜야 할 도리와 지침을 집대성한 명저 '목민심서'에 이렇게 썼습니다 "책임은 자신에게 무겁게 지우고, 남에게는 가볍게 해야 한다"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도 '남에겐 너그럽고 자신에겐 가혹하라'는 휘호를 수석실마다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위선적 내로남불의 일그러진 표상이 돼버리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실도 그 길을 따라가는 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9월 7일 앵커의 시선은 '위로 흐르는 물은 없다' 였습니다 #대통령실 #윤핵관 #신동욱 #앵커의시선 [Ch 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 공식 홈페이지 👍🏻 공식 페이스북 👍🏻 공식 트위터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 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