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남한 방송 보며 동경”…다양해진 탈북 이유 / KBS  2023.05.27.

[클로즈업 북한] “남한 방송 보며 동경”…다양해진 탈북 이유 / KBS 2023.05.27.

지난 6일, 어린이를 포함한 북한 주민들이 어선을 타고 서해 북방 한계선, NLL을 넘어왔습니다 네, 가족 단위의 북한 주민이 NLL 을 넘어 온 것은 2017년 이후 6년 만인데요 이들은 탈북 직후부터 귀순 의사를 명백하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정부 조사에서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북한 당국의 통제 강화를 견디다 못해 귀순을 결심한 것이라고 밝혔다는데요 특히 평소에 남한 방송을 시청하면서 우리 사회를 동경해 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탈북민 3 만 3 천 명 시대, 북한 주민들의 탈북 이유도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에서 이 문제를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연평도 서쪽 바다 우리 군의 경계망에 어선 한 척이 포착됐습니다 어선은 북측에서 북방한계선, NLL을 향해 남하하던 상황 군은 해당 어선이 NLL을 넘어서자 곧바로 경고 방송을 했고 병력을 투입해 어선에 탑승했습니다 당시 배엔 어린이를 포함해 10명 이내의 북한 주민들이 타고 있었는데요 이들은 “우리는 북한 사람이다, 남쪽으로 귀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는 이번 귀순이 탈북민들의 의사라는 걸 강조했고 [권영세/통일부 장관 : "최근에는 해상을 통해 일가족이 탈북했는데 전원 자유의사에 의한 귀순임을 확인했으며 "] 추가 설명도 내놨는데요 [권영세/통일부 장관 : "북한의 경제 사정, 특히 식량 사정이 비교적 예년에 비해 악화한 부분은 틀림없이 있습니다 이번 탈북민 경우는 그런 사정 외에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가 느슨해진 부분도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 특히 이번 NLL 탈북은 어느 때보다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매우 중요한 시그널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북한에서 코로나 팬데믹 비상방역체계가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 단위의 탈북민이 발생했다는 것은 북한의 내부 사정이 상당히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 탈북민은 시기마다 북한의 사회상과 주민 상태를 읽을 수 있는 주요 단서 역할을 해왔습니다 1983년 실제 공습 경보 속에 MiG-19 전투기를 몰고 귀순한 이웅평 대위는 북한 수령 체제의 실상을 전해줬고 [이웅평/1983년 3월 4일 기자회견 : "김일성 김정일은 ‘신격화, 신조화, 절대화, 무조건성’이라는 유일사상 체계를 세우기 위한 원칙을 내놓고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4년 뒤엔 김만철 씨 일가족 11명이 목선을 타고 탈북했습니다 11살짜리 막내아들과 장모, 처남에 이르기까지 최초의 일가족 집단 탈북이었습니다 [김만철/1987년 2월 8일 기자회견 : "저는 실제 저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아서 자유롭게 살기 위해 떠났습니다 북조선의 선전과는 달리 (남한) 인민들의 진정으로 우리를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는 이런 성의가 저희를 남조선으로 오게 했습니다 "] 북한 주민 이탈은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을 기점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심각한 식량난에 따른 ‘생존형 탈북’이 생겨난 겁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6년 말엔 김경호 씨 일가족 17명이 중국과 홍콩을 거쳐 입국했습니다 [최현실/김경호 씨 부인 :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김정일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한 정치적 탈북도 있었는데요 노동당 비서이자 주체사상의 최고 이론가, 황장엽이 망명한 겁니다 [황장엽/前 노동당 비서/1997년 7월 10일 기자회견 : "북한의 비참한 현실은 전적으로 그릇된 정치 체제와 범죄적인 무력 통일정책 반인민적인 지도 사상이 가져다준 결과입니다 "] 정권 수립 뒤 최고위급 인사의 탈북인 만큼 북한도 충격은 컸는데요 관영지 노동신문을 통해 황장엽을 배신자라고 맹비난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며 주민들의 탈북행렬은 더 늘어났습니다 목숨을 건 주민들의 탈출 모습도 공개돼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는데요 중국 선양의 일본 영사관으로 뛰어드는 북한 주민 그리고 이들을 제지하는 공안들 끌려가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머니와 이를 바라보는 어린 딸의 얼굴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던져줬는데요 탈북민들의 현실이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도 탈북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탈북 이유가 추가 됐는데요 ‘개인 삶의 질’이 새롭게 떠올랐습니다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여전히 생계형 탈북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 아니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탈북하는 동기들이 다양해졌습니다 "] 고난의 행군 이후 무너진 배급 시스템과 북한 경제의 시장화가 큰 요인으로 꼽힙니다 장마당이나 불법적 사업에 뛰어들어 부를 축적한 신흥 부유층들이 출신 성분에 상관없는 성공한 미래를 꿈꾸는 겁니다 젊은 세대는 한류 등 어린 시절부터 접한 외부 문화를 통해 바깥과 북한 사회를 비교하게 된다는데요 [나민희/2016년 탈북 : "여기가 아니고 다른 데서 살아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은 계속했었던 것 같아요 일단 외부에 대한 호기심은 굉장히 가득했었으니까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고 무엇보다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하잖아요 너무 궁금한데 북한에서 살아가기가 너무 어렵고 하니까 다른 데 가면 좀 괜찮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자주 했던 거죠 "] 2017년, 판문점에서 총격 속에 북한군 한 명이 귀순합니다 다섯 발의 총을 맞고 긴급 후송 돼 수술을 받은 귀순 병사는 회복 중에 한국 걸그룹 음악에 관심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총부리를 겨누는 전방의 병사까지 한국 문화를 접하고 있는 겁니다 [이국종/당시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 : "소녀시대의 'Gee'를 틀어줬는데 역시 오리지널 걸 그룹 버전이 제일 좋다고 하더라고요 "] 늘 먹고사는 문제에 쫓기는 일반 주민들도 외부 정보엔 큰 관심을 갖고 있고, 부를 누리고 싶은 욕구도 상당합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건설 노동자로 외국에 나갔다 왔다거나 식당으로 외국에 나갔다 왔다거나 이렇게 외국을 경험한 사람들이 와서 이야기해주는 거예요 (외국은) 굉장히 잘 살더라 거기서는 우리 보고 그러더라 너네는 왜 이렇게 한국이랑 말도 통하는데 왜 그쪽으로 안 가고 여기로 왔냐 우리는 지금 한국에 가서 일하려고 한다 중국 사람들이 그러더래요 "] 이런 현상은 엘리트들도 비슷해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고위 간부들이 잇따라 탈북했는데요 영국 주재 공사였던 태영호 의원과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대사대리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북한에서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었지만, 더 나은 삶이나 자녀교육 등의 이유로 탈북을 선택했습니다 [태영호/국회의원/2017년 1월 인터뷰 : "해외에서 살면서 이렇게 사는 게 인간이 아니로구나 애들이 진짜 바라던 것은 마음대로 책도 읽고, 인터넷도 보고 이런 자유로운 삶이었는데, 그런 자유로운 삶을 지금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 이 같은 고위급 탈북에 북한은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태영호 의원 탈북 당시 사흘 만에 공식 반응을 내놨는데요 태 의원을 범죄자 도망자로 매도했고, 왜 이런 사람을 남한으로 넘겼냐며 영국 정부까지 비난했습니다 한국 언론 매체에서 활동하는 일반인 탈북민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긴 마찬가지입니다 [조선기자동맹 중앙위원회 대변인 성명/2017년 6월 16일 : "괴뢰 공영방송인 KBS는 전문가 떨거지들과 탈북자 쓰레기들까지 내세워 장마당세대니, 사상주입의 한계니 하는 궤변들을 내돌리며 "]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지도 3년이 넘었습니다 탈북민 수도 줄어 지난해엔 불과 67명만 국내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선 기회만 기다릴 뿐, 탈북에 대한 열의가 꺾인 건 아니라고 합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소식을 들어보니까 밥이라도 먹겠다고 탄광 같은 데 가서 일하기도 하고 밥 주는 데는 어디든 착아간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그러니까 항상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건 국경만 열려라 무조건 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 북한이 국경개방을 주저하는 덴 그에 대한 염려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정은미/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국경이 열리면은 무역 활동들이 굉장히 폭발적으로 늘어날 건데 그럴 때 물품만 오고 가는 게 아니라 인적 이동이 많아질 게 분명한데 그랬을 때 과연 그중에서 탈북민들을 통제할 수 있을까 이러한 우려가 국경을 완전히 개방할 수 없는 것에 작동한다고 생각합니다 "] 탈북민 3만 3천 명 시대 그에 따라 탈북 이유도 다르고 각자의 꿈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국경개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또 어떤 사연과 이유의 탈북이 이어질지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 KBS 기사 원문보기 : ▣ 제보 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홈페이지 : ◇ 이메일 : kbs1234@kbs co kr #북한 #탈북 #남한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