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안개 낀 고속도로 (1969)

주현미 - 안개 낀 고속도로 (1969)

노래 이야기 우리나라의 편의 시설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은 바로 고속도로 휴게소라고 하죠? 통계에 따르면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용하는 사람은 매년 5억 5천만명이나 되고요 하루 기준으로 약 150만명이 이용하는 셈이니까,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휴일 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고속도로를 이용객들이 많다는 증거일 겁니다 맨 처음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는 1967년 개통한 ‘경인 고속도로’입니다 1965년에 고속도로 건설 10년 계획이 수립되고, 2년 만에 처음 개통한 것이 경인 고속도로였고요 경부 고속도로는 1969년에 일부 구간이 개통되고, 1970년에 전면 개통되면서 우리나라에도 1일 생활권이 가능해졌죠 그리고, 1971년엔 호남 고속도로와 남해 고속도로, 영동 고속도로, 1973년에는 동해 고속도로, 1976년에는 구마 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각종 물자를 빠르게 실어 나르고, 사람들의 이동도 더 편리해졌는데요 지금은 전국 곳곳에 고속도로가 만들어져서 현재 51개 노선으로 고속도로의 길이만 5000km가 넘을 정도로 촘촘하게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고속도로를 통해서 전국 각지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죠 이렇듯 1967년부터 우리나라에 고속도로 건설 붐이 일어나자,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서 우리 가요에도 ‘고속도로’가 들어간 노래가 만들어졌는데요 바로 1969년 정두수 선생님 작사, 박춘석 선생님이 작곡하고, 강정화 선배님이 노래한 ‘안개 낀 고속도로’입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가 개통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온 이 노래는 그 당시 경부, 호남, 영동 고속도로의 확장 붐을 타고 라디오에서 연일 들려왔고, 강정화 선배님의 최고 히트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발표 당시 ‘고속버스 운전사가 가장 싫어하는 노래’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어요 ” 하염없이 하염없이 내리는 밤 비는 지나간 사랑 가슴에 안은 슬픔의 눈물이던가 너무나 사랑한 당신이길래 그리움을 못 참아 끝없이 달려보는 밤도 깊은 안개 낀 고속도로 ​ 지나버린 꿈이라고 슬픔을 달래도 너무나 깊이 당신 만을 사랑한 내 가슴은 꽃잎에 새겼던 추억마저도 비바람에 시들어 한없이 달려보는 밤도 깊은 안개 낀 고속도로 “ 강정화 선배님은 1965년 이화여대 주최 전국 무용 콩쿠르에서 특선을 하고, 일본 NHK TV에 한국 고전 무용으로 출연하는 등 발레와 고전 무용에 재능을 갖고 있는 재원이었는데요 무용 뿐만 아니라 노래 실력까지 출중 하다는 소문이 나자, 작곡가 전오승 선생님에게 발탁되어서 ‘마지막 안녕’이라는 곡을 취입 하면서 가요계에 데뷔합니다 고운 외모에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무대 매너, 허스키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로 주목 받은 강정화 선배님은 라디오 드라마 주제가 등을 노래하다가 1969년에 ‘안개 낀 고속도로’가 히트하면서 스타로 발돋움했는데요 돼지띠 여가수의 모임인 돼지클럽(김세레나, 조미미, 장미화, 김부자, 이영숙, 이수미)의 멤버로 함께 자선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 월남으로 위문 공연을 다녀오기도 했죠 그러다 1974년에 마지막 앨범을 내고, 결혼과 함께 무대를 떠나서 많은 팬들이 아쉬워 했는데요 ‘안개 낀 고속도로’는 1972년에 문주란 선배님이 다시 리메이크하면서 또 한번 인기를 모았습니다 매력적인 저음으로 문주란 선배님이 노래한 ‘안개 낀 고속도로’는 강정화 선배님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해주며, 많은 사람들의 애창곡이 되었죠 모든 길이 마찬가지겠지만, 그중에서 고속도로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운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사람도 있고, 생계를 위해 근면성실하게 고속도로를 달리기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떠나기도 하고, 즐거운 나들이를 위해서, 혹은 사랑하는 연인의 얼굴을 마주하기 위해서 오늘도 사람들은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 밤 깊은 시간, 지난 사랑이 그리워서 한없이 달려보는 ‘안개 낀 고속도로’의 애틋한 마음을 함께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