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왜 귀를 막았는가 [신동욱 앵커의 시선]
누명을 쓴 도망자 해리슨 포드가 막다른 수로 끝에서, 그를 쫓던 수사관에게 외칩니다 "나는 아내를 죽이지 않았어요!" "내가 알 바 아니야!" 절박한 처지에 빠진 사람의 외침에 귀를 닫아버리는 것만큼 야박한 짓도 드물 겁니다 시인은 절규해도 대답 없는 세상의 절망을 말합니다 "네가 늘 걷던 길이, 어느 날 검은 폭풍 속에 소용돌이쳐… 네가 내지르는 비명을 어둠 속에 네가 듣는다면, 푸른 하늘은 어디에 있을까" 눈 뜨고 못 볼 참상을 가리키는 #아비규환 에서 '규환'은, 불교 8대 지옥 중에 네째 지옥입니다 울부짖을 '규', 부르짖을 '환'을 써서 '너무 고통스러워 절규한다'는 뜻이지요 끔찍하게 흐트러진 현장을 뜻하는 아수라장에서 '아수라'는 고대 인도 신화의 악신이었습니다 힌두교 수호신 비슈누에 맞서 싸우던 난장판을 아수라장이라고 불렀던 겁니다 #이태원참사 를 언론이 전하면서, 아비규환과 함께 가장 많이 쓴 사자성어가 아수라장일 듯합니다 그런데 그 넉 자가, 참사 두어 시간 전에 현장의 다급한 외침으로 터져 나왔습니다 참사 네 시간 전부터 112에 들어온 이태원 신고 열한 건 중에 '압사'라는 표현은 첫 신고부터 여섯 건, 아홉 차례나 등장했습니다 "소름이 끼친다" "대형사고 날 것 같다"는 말들에서는 절박함이 생생하게 묻어납니다 "일방통행을 할 수 있게 통제해달라"는 구체적 요청에 이르러선, 경찰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을 시민이 훨씬 더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는 게 드러납니다 그런데 경찰은 현장에 단 네 차례 출동했습니다 그나마 출동해서 무슨 조치를 했는지도 분명치 않습니다 경찰은 첫 신고부터 "일반적 불편신고"라고 뭉갰습니다 아홉 시 이후 신고 다섯 건은 당장 긴급출동이 필요한 '코드 원'으로 분류하고도 출동하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의 절규를 사실상 묵살하고 현장을 방치했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때문에 현장에서 목이 터져라 대피를 외쳤던 일부 현장 경찰관의 절규도 헛된 노력이 되고 말았습니다 #경찰청장 은 이런 112 신고 접수와 처리 내역을 참사 사흘이 지나서야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참사 직후 했던 말들은, 사태 파악도 못한 채 책임부터 떠넘겼던 발언으로 판가름 났습니다 행정안전부를 이끌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자세가 얼마나 되어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옛말에 "콩 두 알로 귀를 막으면 벼락치는 소리도 들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경찰이 왜 어떻게, 현장의 아우성을 소홀히 했는지부터 낱낱이 밝혀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질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정부가 더 잘 알고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11월 2일 앵커의 시선은 '누가, 왜 귀를 막았는가' 였습니다 [Ch 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 공식 홈페이지 👍🏻 공식 페이스북 👍🏻 공식 트위터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 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