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신호탄 쏜 ‘K-조선’, 전망과 기회는?_산업뉴스[산업방송 채널i]
[앵커멘트] 긴 암흑의 터널을 빠져나온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여전히 명실상부한 세계 1위입니다 하지만, 조선업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안주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은데요 이번주 산업뉴스인에서는 한국 조선산업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전망해보고자 합니다 스튜디오에 서울경제 조양준 기자 나와있습니다 조양준 기자 안녕하세요 최근 한국 조선업, 수주 실적이 매우 좋아졌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정리해 주시죠 [기자] 최근 집계를 보면 과거와 확연히 개선된 점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일단 우리나라 전체 상황을 보면요 올해 1분기 국내 조선업계 수주량은 총 532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세계 수주량 1위를 달성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세계 발주량이 총 1,025만CGT인데, 우리가 절반 이상을 가져온 것이죠 올해 1분기 한국 수주량은 1년 전보다 900% 이상, 코로나 19 발생 전인 2019년 1분기와 비교해도 150% 넘게 증가했습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이렇게 한국 ‘조선 3사’가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수주한 금액도 총 145억1,000만달러, 약 16조원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 금액이 21억7,000만달러였으니까 실적이 7배 가량 늘어난 것인데요 조선사 한 곳만 그런 것이 아니라 3사가 고르게 실적이 개선됐습니다 물론 이 같은 실적은 기저효과라고 하죠 지난해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세계 조선 산업이 부진했고, 올해 들어 점차 코로나 19 영향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 극적인 숫자 변화를 가져온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한국 조선업이 경쟁력이 매우 높기 때문에 국가별 수주 점유율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앵커] 예전에도 한국 조선산업은 세계 1위 평가를 받아오긴 했습니다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겪은 걸 고려하면 큰 변화네요 [기자]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1990년대에 당시 조선업 세계 최강국이었던 일본을 제치고 선두 자리에 올랐는데요 이후 2003년 조선소 대부분이 2~3년 치 수주 물량을 확보한 ‘슈퍼사이클’, 즉 대호황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10년대 중반 기록적인 저유가 시기를 거치면서 세계 제조업은 긴 저성장의 터널 속으로 돌입했죠 조선업도 당연히 예외는 아니었고요 여기에 ‘저가 수주’를 앞세운 중국의 공세까지 겹치면서 한국 조선업은 그야말로 수렁에 빠졌고, 중소 조선사뿐 아니라 대형 조선사에까지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그런 과정에서 조선 빅 3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 즉 현재 한국조선해양을 계열사로 둔 현대중공업에 인수되는 계약을 2018년에 맺기도 했고요 사실 어떻게 보면 아직 국내 조선업계는 ‘구조조정 중에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19를 겪는 과정에서 조선업은 또 한 번의 기회를 맞았다는 것이 조선업계의 반응입니다 조선업에 다시 슈퍼사이클이 도래했다, 이런 분석이 나오는 것이죠 [앵커]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가 늘어난 것도 우리나라 조선업에 기회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또 천연가스, 즉 LNG 운반선 등이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분류되는데요 국내 조선사의 수주 가운데 고부가가치 선박 비중이 높습니다 1분기 기준 한국의 점유율이 76%라고 하네요 LNG선은 대당 평균 선가가 약 1억8,600만 달러, 약 2,1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수익성이 쏠쏠한 고가 선박입니다 LNG 선도 건조 기술이 뛰어난 국내 조선사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또 산업 수요가 커지면 초대형 원유운반선 수요도 같이 늘어나겠죠 ‘알짜’ 선종 수주를 한국이 쓸어 담고 있는 셈입니다 또 세계적으로 탄소 감축이 공동 과제로 떠올랐고, 탄소 다배출 업종인 조선·해운도 예외는 아닌데요 이에 따라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만드는 LNG, LPG 운반선 중 상당수는 이중 연료 추진 방식을 갖췄는데요 이중 연료 추진 방식은 벙커C유와 천연가스 연료를 병행할 수 있는 것으로, 친환경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이중 연료 추진 방식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무탄소 선박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따라서 국내 조선업계가 이에 대한 기술개발과 함께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야 할 때라고 전문가는 조언합니다 [전화인터뷰 – 양종서 /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사실 우리가 조선 기술에서 LNG 연료추진선 이런 쪽은 압도적으로 앞서있다고 하지만 무탄소 선박은 누가 먼저 어떤 기술을 내놓을지 아직까지 정확히 예상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가 없고요 지금 이 시기에 얼마나 기술개발에 집중하느냐가 더 관건이 될 겁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수주량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조선사의 실적은 별로 좋지 않은데, 이건 어떻게 된 거죠? [기자] 네, 특히 주식 투자자 사이에서 이런 궁금증이 많으실 텐데요 앞서 설명 드린 조선 빅 3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5,000억원대, 대우조선해양은 2,000억원대 영업손실을 올해 1분기에 각각 기록했습니다 한국조선해양만 670억원 가량 흑자를 냈는데요 일감은 넘치는데 적자를 본 셈이죠 조선업체들은 선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로 헤비 테일 계약이라는 것을 맺는다고 합니다 선수금을 적게 받고 대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것이 헤비 테일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올해 1분기 실적은 수주량이 적었던 1~2년 전 상황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럼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수주 호황이 실적에 반영되는 시점은 2023년 정도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조선업계에서 수주 관행이 변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특히 수주 경쟁이 격화하고 또 긴 불황을 겪으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낮추고 또 낮춰서 부르는 관행이 업계에 만연한 상황이기 때문이죠 [앵커] 이렇게 조선업이 호황기에 접어들고 있지만, 극복해야 할 위협 요인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말씀대로 장밋빛 미래만 펼쳐진다면 좋겠지만 그렇게는 될 수 없겠죠 단기적인 위협 요인은 공교롭게도 글로벌 수주가 살아난 원인과 동일합니다 바로 원자재 슈퍼 사이클인데요 이달 철광석 가격은 톤당 210달러를 훌쩍 넘었는데, 이는 1년 전 100달러 아래였던 것에서 2배 이상 뛴 것입니다 연초 대비로도 30% 가량 올랐습니다 철광석 가격이 오르면 배를 만드는 데 필수인 후판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죠 수주 호황이 실적으로 연결되려면 아직 1~2년을 버텨야 하는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면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겠죠 또 원자재 상승은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장기 위협 요인이 될 수도 있겠네요 중국의 추격 또한 매섭습니다 사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세계에서 선박 수주를 가장 많이 한 나라가 바로 중국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현재 한국과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것인데요 고부가가치 선종을 더 많이 수주할 정도로 한국 기술력이 현재 높기는 합니다만 중국은 ‘해양 굴기’를 앞세웠습니다 사실 당장 지난달 글로벌 수주 실적만 봐도 중국이 54%로 세계 1위, 한국은 39%로 2위로 밀렸습니다 물론 중국은 자국 시장이 워낙 커서 자국 발주량이 전체 수주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중국은 내수가 든든한 나라입니다 종합해보면 올해 시장 상황은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것이죠 다만 물량 공세로 인한 저렴한 가격보다는 품질과 고효율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는 분명 국내 조선업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국내 조선업체들이 그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거나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하는 게 중요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전문가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전화인터뷰 – 양종서 /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중국 쪽에서 물량에 의한 가격 조정이라든가 아니면 금융 제공에 대한 금융 공세 같은 것들이 최근에는 품질이나 고효율, 이런 쪽하고 비교했을 때 좀 힘을 잃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은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단계에 와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네 인터뷰까지 잘 들어봤고요 국내 조선업이 호황과 함께 어떻게 보면 또 한 번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내외 여건이 호락호락하진 않지만, K-조선의 힘을 믿어봐야겠습니다 조양준 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