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봄 [신동욱 앵커의 시선]

잔인한 봄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 봄 서울은 꽃들의 전쟁터입니다 일제히 하늘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축포를 발사합니다 잿빛 서울은 요란한 꽃불 바다가 됩니다 "지상의 나무들은 다투어 꽃들을 쏘아올린다 개나리 매화 진달래 동백… 서울의 영공에 돌연 내습하는 한 무리 벌떼 하얀 연기 속에서 피어오르는 벚꽃 " 줄줄이 꽃 피는 행렬은, 낯뜨거운 소문이 번지듯 발칙하고 맹랑합니다 "맨 처음 발설한 건 매화고, 진달래 복숭아꽃 살구꽃이 덩달아 희희낙락 나불댑니다 싹수 노란 민들레가 망보는 뒤꼍엔 되바라진 냉이 꽃다지 제비꽃 환하더군요 " 봄은 계절병입니다 "봄밤의 대지엔 열병 하는 아지랑이 몸살하는 철쭉…" 그런데 올봄은 유난히 심란합니다 꽃은 일찌감치 만발했는데 축제들은 모두 취소됐습니다 아예 꽃을 심지 않기도 하고, 조심스럽게 사람을 받기도 합니다 차나 자전거로 지나가는 '드라이브 스루' 상춘도 등장했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던 지난 봄의 당혹감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 우리 삶을 지배한 지도 일년이 넘었습니다 그래도 그냥 지나긴 억울했던지 많은 인파가 곳곳의 벛꽃 명소에 운집했습니다 여의도 벚꽃길은 어제 앞당겨 폐쇄했고 하루 3백60명씩 추첨해 들여 보낸답니다 벚꽃놀이가 무슨 로또도 아니고 참 맹랑합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어찌어찌 꽃구경을 한다해도 죄짓는 것처럼 께름칙하고 조심스러운 봄, 잔인한 봄입니다 가뜩이나 답답한 마음에 부아를 돋우는 일도 정치판에서 끊이지 않습니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어, 임대차법 발의자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아파트 임대료를 9퍼센트 올린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법을 어긴 건 아니지만 그간 그가 해온 말들을 떠올려 보면 저뿐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기분이 유쾌할 리 없습니다 여권 의원들이 운동권 경력을 훈장 삼아 자녀들까지 특혜를 받게 하겠다는 '민주유공자법'을 발의했다가 철회한 건 또 어떻습니까? 내용도 내용이지만 한번 던져 놓고 여론을 살핀 뒤 슬며시 거둬들이는 그 행태 또한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오죽하면 자신도 민주화 유공자인 한 전직 의원이 "이 나라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자들의 위선과 후안무치를 어찌해야 하느냐"고 탄식했을까요 이래저래 심란한 봄, 시인은 말합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 그렇게 또 살아가야 할 이 봄은, 축복이자 환멸입니다 4월 1일 앵커의 시선은 '잔인한 봄'이었습니다 [Ch 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 공식 홈페이지 👍🏻 공식 페이스북 👍🏻 공식 트위터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 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