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산아이]115년시골집, 리모델링(2화)_손때
손때 아내의 그림작업실과 작은 전시실, 내 작업실이 필요했습니다 집을 짓기 위해 김제 지평선 들판에서 발품을 팔았습니다 맘에 드는 땅이나 집은 매물이 없고, 어떤 것은 가격이 안맞고 눈에 띄는 족족 살폈으나 별무소득일 즈음 운명일까요? 마지막으로 부동산을 찾아가 딱 두 군데만 더 살펴보자 티맵으로 죽산의 한 부동산을 검색하고 찾아갔더니 아뿔사! 문이 잠긴 것(폐업) 아내가 옆에 붙은 슈퍼로 들어가 물어본다고 했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나오지 않는 아내 또 다른 부동산을 검색하는데 갑자기 연세드신 아주머니 한 분이 뒷자리에 타신다 “어! 아주머니 잘못타셨어요” “아 예, 저 분이 이 차 타라고 해서 ” 아내가 옆자리로 타더니 슈퍼주인이시란다 여차저차 부동산을 물었고, 왜 그러냐고 하길래 작은 시골땅을 찾는다 했고 아! 그래요 그럼 우리 집 한번 보실래요? 그길로 현장을 보고 다음날 계약을 했고, 한달 후에 잔금을 치뤘다 3필지로 나뉘어진 땅 68평, 46평, 그리고 골목길 사이에 두고 조각땅 5평 오래된 한옥과 ㄴ자로 골목길따라 길게 앉아있는 창고 공원부지와 비탈을 접하고 오목한 마당 처음엔 건물을 다 헐어내고 필지를 합하여 새로 지을 계획이었다 1층과 2층으로 50여평 정도 설계사무소에서 기초설계(안)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한달 내내 집을 드나들면서 뭔가 분명해지는 아쉬움 이 느낌은 뭐지? 지어진지 얼마인지는 모르겠고 다만 70이 넘은 동네분들 이야기가, 당신 어렸을 때도 옛날집이었다고 하니 생각보다 역사가 깊은 집이지 싶었다 창고는 상량문을 보니 1982년 임술년이다 그럼 본채는 그보다 수십년더 이전일터 그때부터 눈에 들어오는 흔적들 1 달팽이 자물쇠: 분명 자물쇠인데 열린다 성질 급한 도둑놈은 저거 돌리다 제 승질 못 이길 듯 2 바둑알 3 2001년 포도음료 상자에 담겨있는 바가지와 다듬이 방망이 4 부엌과 마루 연결하는 작은 문 5 쌀가마 찍어 올리는 도구 6 콩나물시루 받침대 7 부엌 문고리 8 벽수납장, 벽장, 9,전통부엌의 시커먼 그을음 10 처마밑 서까래 11 자개장 12 방창문 13 2004년에 멈춰있는 달력 14 농안에서 나온 1991년 신문_최수종 하희라 영화광고 15 어른들의 초상화_여사님 외할머니와 아버지 녹슨 창고시건장치, 상량문, 재래식화장실, 짐승을 먹이던 장소등등이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손때’였습니다 오랫동안 쓰고 매만져서 길이 든 흔적 ‘산’이라도 사람들이 다니면 ‘길’이 생기듯 물건이나 집, 키우는 짐승들이나 식물에게도 시간이 들고 나고, 매만지고 살면 ‘길’이 듭니다 집안 곳곳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손때’를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새것이 대체할 수 없는 ‘어떤 질감’ 아내와 전격적으로 결정합니다 “지금 있는 본채와 창고건물 리모델링하고, 붙어있는 윗필지 46평에 20평(건축면적 )자그마하게 예쁘게 신축 할까?” 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