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를 벌다 [신동욱 앵커의 시선]
쾌걸 조로가 사랑하는 여인을 놓고 악당 백작과 겨룹니다 반칙을 일삼아 승리한 백작이 선언하지요 "전리품은 승자의 것" 록키가 키운 신인 복서를 빼앗으려고 악덕 흥행사가 저택과 고급차 키를 건넵니다 "전리품은 승자의 것이야' 이 말은 19세기 초 지지층을 대거 공직에 기용한 잭슨 미국 대통령을 옹호하려고 상원의원이 했던 말입니다 그 뒤로 선거 승리에 기여한 대가로 관직을 나눠주는 정치 관행을 '전리품 시스템'이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엽관제, 즉 집권세력이 관직을 사냥하듯 공직을 독차지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50여년 뒤 엽관제의 폐해가 극에 달하면서 가필드 대통령이 암살당합니다 범인은 선거 때 돈을 댄 대가로 파리 공사 자리를 요구했지만, 그에게 돌아갈 몫이 이미 바닥났던 겁니다 충격에 빠진 미국은 직업공무원법을 만들어, 정실에 의한 엽관제를, 시험과 실적에 따른 메리트 시스템으로 바꿨습니다 대통령실에 끊이지 않는 사적 채용 논란과 관련해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대통령실 구성 원칙은 엽관제"라고 했습니다 "엽관제에 의한 비공개 채용제도를 왜곡해 사적 채용이라고 비판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대통령실의 인사원칙을 엽관제로 규정한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게 들립니다 미국엔 해외공관장을 비롯해 엽관제의 잔재가 아직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도 고위 공직자의 경우는 얼마간 엽관제 성격을 품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드루킹 사건으로 구속된 김경수 전 지사가, 오사카 총영사를 요구하는 드루킹에게 센다이 총영사를 제안해 유죄 선고를 받은 예는, 매우 질이 나쁜 엽관이지요 그러나 우리 공무원제도의 근간은 엄연히 직업공무원제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정의한 제도의 목적은 이렇습니다 "공무원이 집권세력의 논공행상의 제물이 되는 엽관제도를 부정하고 막기 위한 제도"라고 맨 앞에 적시하고 있지요 물론 정권이 바뀌면 대통령실의 구성도 당연히 바뀝니다 대통령을 잘 알고 국정철학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신분도 별정직으로 일반적인 직업공무원보다는 훨씬 불안정합니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사적 인연이 있는 사람을 마음대로 채용해도 된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이걸 정당한 '엽관제'에 가져다 붙이는 건 시대의 화두인 공정 정의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얘기입니다 인사 문제에 관한 정부 여당의 설명은 번번이 국민의 눈높이와 어긋나는 것도 문제입니다 "7급으로 넣어주려고 했는데 9급이 되어서 미안했다 그 월급으로 서울에서 어떻게 살겠나"라고 한 여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대표적이지요 자격과 능력이 있다면 그걸 분명히 밝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채용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면 될 일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게 맞습니다 푹푹 찌는 이 한여름에 엉뚱한 변명으로 국민 부아 돋우는 장면은 이제 그만 봤으면 합니다 7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매를 벌다' 였습니다 [Ch 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 공식 홈페이지 👍🏻 공식 페이스북 👍🏻 공식 트위터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 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