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발췌, 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 도전과 실패, 그리고 성찰

[책 발췌, 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 도전과 실패, 그리고 성찰

나는 2002년 개혁국민정당이라는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데 참여해 당 대표로 선출되었고, 이 정당의 공천을 받고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되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당원 중심의 참여민주주의 정당을 만들어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정책정당을 완성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2004년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수십 명의 국회의원이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탈당하여 신당을 추진했을 때 다수의 개혁당원은 온라인 투표로 당 해산을 결의하고 이 신당에 참여했다 이렇게 해서 대의원이 부분적으로라도 일반 당원의 뜻을 대의하는 구조를 만들었던 열린우리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이 정당도 결국 소멸하고 말았다 힘센 다수파가 이런 구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에서는 옳은 이상이 아니라 힘센 쪽이 이긴다 옳은 쪽이 우연히 힘이 셀 때, 가끔 정의가 승리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큰 희망을 안고 개혁당 당원이 되었던 분들, 의구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약간의 기대를 품고 열린우리당의 당원으로 참여했던 많은 시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개혁당의 정신을 열린우리당에서 실현하려고 했던 시도는 실패했으며, 그 원인이 오판에 있든 능력 부족에 있든 실패의 가장 큰 책임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가 무엇이었든 간에 나는 열린우리당을 소멸시키고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가건물을 짓는 데 합의해주었다 소위 ‘잔류 민주당’과의 통합에 대해서는 그 이전에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함으로써 선택의 괴로움을 회피해버렸다 정당개혁운동가로서 나는 지난 5년 동안 정말 비참한 실패를 겪었다 이 실패 때문에 마음의 고통을 느낀 분들에게 용서를 청하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 더 능력 있는 분들이 나타나서 내가 실패했던 그 일을 보란 듯이 성공시키는 것을 보고 싶다 그 성공에 나의 아주 작은 힘을 표나지 않게 보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