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차를 달이다 _詩홍계숙(이온겸의문학방송중에서)

꽃차를 달이다 _詩홍계숙(이온겸의문학방송중에서)

꽃차를 달이다 시 홍계숙      노란 첫 꽃을 딴다    뒷산 생강나무가 가지에 여린 봄을 매달던 날 가파른 산비탈에 생강꽃처럼 매달려 보슬보슬 햇봄을 딴다    어린 것 망가질까 조심스레 떼어내다가 놓지 않으려 바짝 끌어안은 가지의 애착을 비틀어 따는 일이 참, 못 할 짓이라고 비탈은 나를 떼어내려 자꾸만 미끄러진다    까슬한 꽃집에 쓸려 손가락 마디에 물집이 잡히고  그 물집 다 허물 때까지 한 열흘 더 지나 꽃 지고 봄도 차츰 말라가고     찻잔에 다시 노란 꽃이 핀다    말리고 덖은 꽃잎이 뜨겁게 몸을 풀 때 생생히 되살아나는 봄의 빛깔이야    생강나무 꽃차를 마시며 뜨거운 향기에 마른 꽃 같은 속이 다 풀리는데 젖은 꽃송이가 웃는다    물집 잡힌 어제의 일들 모두 봄의 일이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