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마취 된 틈 타”…환자 성추행한 ‘인면수심’ 의사
기자 멘트 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 수면 마취를 선택하는 분 많으시죠 잠깐 잠이 든 사이 통증도 없이 검사가 끝나는 장점 덕분인데요 최근 수면 내시경과 관련해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한 50대 의사가 수면 내시경을 받던 여성 환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환자들이 의식이 없는 사이를 노려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겁니다 그런데 사건 초기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뒤에도 해당 의사는 병원을 옮겨 버젓이 진료를 계속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요? 사건의 전말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에 있는 모 의료재단의 건강검진센터 건강검진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 기관으로, 해마다 30만 명이 넘는 환자가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지난 2013년 10월, 당시 이곳 센터장이던 의사 쉰 일곱살 양 모 씨는 사십대 여성 환자를 상대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진행합니다 그런데, 진찰을 하는 양 씨의 행동이 좀 이상했습니다 인터뷰 노영희(변호사) : "수검자들에 대해 수면 내시경을 하는 과정 중에 (양 씨가) 그분들의 주요 부위에 안 좋은 행위를 했다고 하는 이유로 저희에게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 진찰 당시 함께 있던 간호사가 당시의 상황을 적은 문건입니다 양 씨가 이미 잠들어 있는 여성에게 수면유도제를 더 주입한 뒤, 진찰을 하는 척하며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겁니다 인터뷰 노영희(변호사) : "깨어날 것 같은 불안감이 드는 환자의 경우에는 마취제를 좀 더 투여하도록 그렇게 지시를 내렸다고 해요 간호사가 보기에는 충분히 마취가 잘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러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보니까 그런 행위를 하더라…… " 간호사는 피해 여성의 신상과 피해 일시 등을 자세히 정리해 상부에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재단 측은 사안을 보고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해당 건강검진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진료 과정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조치를 내리는 것도 생각을 못 했던 내용이고요 " 재단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얼마 지나지 않아 피해자가 또 발생했습니다 같은 해 11월에 작성돼 재단에 보고된 문건입니다 이번엔 30대 여성이 수면 내시경 검사를 받던 중 양 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인터뷰 노영희(변호사) : "(성추행 후) 마치 자신은 실수로 (손이) 미끄러져서 그렇게 됐다는 식으로 변명하는 행위가 여러 번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 비슷한 일은 얼마 뒤 한 차례 더 벌어졌고, 양 씨가 수면 마취된 여성에 대해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을 하거나 대놓고 비하를 하기도 했다는 보고도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노영희(변호사) : "뚱뚱하거나 이런 사람이 있으면 "뭘 처먹어서 이렇게 살찌나 " 이런 식의 말도 하고 되게 안 좋은 모욕적인 발언을 상당히 많이 했던 걸로 보고가 됐습니다 " 그 뒤로도 양 씨의 파렴치한 언행에 대한 간호사들의 보고가 계속됐습니다 재단은 첫 보고가 이뤄진 지 약 두 달이나 지난 2013년 12월에서야 양 씨를 권고사직 처리합니다 양 씨를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지 않은 건 물론, 성추행 여부를 확인하는 진상조사 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해당 건강검진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묵인은 아닙니다 저희도 그 사실을 알고 그에 따라 합당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했고 사실관계가 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확인되기 이전에 권고사직을 시켰던 겁니다 " 건강검진센터를 그만둔 양 씨는 두 달 만에 전남의 한 병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버젓이 진료를 계속했고, 해당 병원에서도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녹취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과거에 그런 일들이 있었다는 것을 전혀 몰랐나요?) 제가 알기로는 몰랐다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 하지만 이 일은 양 씨의 파렴치한 행동을 목격한 간호사들이 나서면서 지난 1월, 결국 세상에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