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와 의료기기 판매업자, 의사인 척! 불법 수술
부산의 한 유명 병원에서 의료기기 판매업자와 간호조무사가 불법으로 허리와 목 디스크를 수술한 사실이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병원의 불법 수술은 지난 2월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가 김해 J 병원 등에서 의료기기 판매업자들이 불법 수술한 사실을 적발한 이후에도 계속돼 충격을 준다 본보 취재진은 1일 오전 11시 부산 시내에서 사하구 한 병원 전직 간호조무사 A 씨를 만나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이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했다 A 씨는 "허리 디스크를 긁어내는 '마이크로디섹토미(Microdiscectomy)' 수술이 매일 1건 정도, 많을 때는 3건까지 있었는데 모두 간호조무사와 의료기기 판매업자가 수술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병원에 근무하던 4개월 동안 목 디스크 수술을 포함한 불법 수술을 본 것만 해도 100건은 족히 될 것이다"고 털어놨다 A 씨는 본보 취재진에게 지난 3월 중순께 스마트폰으로 찍은 A 병원 불법 수술 동영상을 제공했다 영상에는 이 병원 차장 간호조무사(50대)와 의료기기 판매업자(30대 중반)가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스크를 끼고 있어 얼굴이 명확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특정 장면에서는 얼굴을 알아 볼 수 있었다 환자들은 마취 상태라 자신이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모를 수밖에 없었다 지난 2월 부산경찰청이 김해 J 병원에서 불법 수술한 의료기기 판매업자와 간호조무사를 적발(본보 2월 26일자 1면 등 보도)해 큰 파문이 일었지만 이 병원에서는 그 뒤에도 불법 수술이 버젓이 계속됐다 A 씨는 허리에 나사를 박는 수술도 의사 자격증이 없는 이들이 버젓이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병원 의사들은 다른 진료를 하다가 불법 수술 중인 차장 간호조무사가 부르면 수술실로 와서 특정 부분을 집도하고 다시 돌아가는 식이었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수술 일정이 잡히면 의료기기 판매업자에게 연락을 했고 이 업자는 자사의 나사, 인공관절 따위를 가져와 수술했다고 전했다 이 병원은 부산에 분원도 있다 A 씨가 불법 수술 사실을 폭로하게 된 것은 자신의 큰아버지가 전에 이 병원에서 목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됐기 때문이다 A 씨는 "큰아버지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병원만 믿고 병상에 누워 수술을 받는다는 생각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간호조무사인 자신도 이 같은 불법 수술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환멸을 느켜 병원을 그만두고 제보를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A 씨는 "김해 J 병원 사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수술은 계속됐다"며 "이 병원 뿐만 아니라 웬만한 규모의 병원에서는 당연히 불법 수술을 하고 있고, 쉬쉬하지만 의료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안다"고 말했다 A 씨는 경찰 수사에도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A 씨가 폭로한 의료기기 판매업체는 지난 2월 부산경찰청에 적발된 4곳과 다른 곳이어서 불법 수술 병원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영미 기자 mia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