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석양, 장미, 무릎 경례…감성 통치 극대화 / KBS 2023.06.03.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발사가 실패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당장 주민들에게 ‘군사대국’에 이은 ‘우주강국’이라는 업적을 내세우기 어렵게 됐습니다 네, 그래선지 대내적으론 정찰위성 발사 사실도 공개하지 않았는데요 주민들의 실망이나 체제에 대한 불만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주민들 감성을 자극하는 듯한 행보를 부쩍 늘리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석양의 장미꽃을 배경으로 흔치 않은, 무릎 경례까지 보여주는 등 이른바 ‘감성 통치’ 방식을 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한 송이 붉은 장미꽃을 손에 들고 어디론가 향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묘소 한 곳에서 발걸음을 멈추더니 고개 숙여 꽃을 바칩니다 [조선중앙TV/5월 20일 : "김정은 동지께서는 현철해 동지의 묘소에 꽃송이를 진정하셨습니다 "] 김 위원장의 정치적 스승이자, 인민군 원수 현철해의 사망 1주기를 맞아 참배한 겁니다 석양이 드리운 배경과 묘소에 놓인 장미꽃, 여기에 무릎을 꿇은 김 위원장의 모습까지, 서정적인 분위기를 한껏 높였습니다 ["항상 곁에서 힘을 주고 용기를 주던 현철해 동지의 모습을 보고 또 보시며 오래도록 심중의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 이 같은 감성 행보를 통해 주민들의 마음을 자극하고 충성심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한 합리적 판단보다 따뜻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하려 하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당이 당신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까 당에 대한 충성을 보여주면 지도자를 비롯해서 우리 모두 당신을 기억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져 주는 것이죠 그걸 통해서 내가 이 사회에 헌신하는 것이 의미가 있구나 또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반복해서 던져 주는 메시지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겉으론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한, 실제론 물리적 억압 수단과 함께 감성까지 활용해 통치하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철저한 조직 생활을 통해 주민들을 통제, 처벌하고, 사상 교양이나 생활총화 등으로 절대적 충성을 요구합니다 [다큐영화 ‘태양 아래’/러시아 제작/2016년 : "(언제, 어디서나) 언제, 어디서나 (대원수님들의 유훈과) 대원수님들의 유훈과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가르침대로)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가르침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생각하고, 행동하며 "] 그러다 보니 어릴 때부터 조직을 통한 통제 생활이 더 익숙하기도 합니다 [리진미/영화 ‘태양 아래’ 주인공 : "(진미, 너 소년단 입단했는데 이제 자기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해요?) 소년단원이 되면 조직 생활을 합니다 조직 생활을 할 때 잘못도 느끼게 되고, 경애하는 대원수님을 위해 어떤 걸 해야 할 지도 느끼게 됩니다 "] 인터뷰를 하다 돌연 눈물을 흘리는 북한 어린이 [리진미/영화 ‘태양 아래’ 주인공 : "(울지 마요 대신 좋은 것에 대해 생각해 봐요 ) 응? (좋은 것) 잘 모릅니다 "]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행위라든가 패턴이라든가 말투라든가 표현이라고 하는 것은 학습된 경로를 벗어나기 굉장히 힘듭니다 유치원 교육부터 시작해서 초, 중, 고 교육과정 다음에 생활양식에 대한 반응방식들은 그 전체가 학습화된 거라고 볼 수가 있는 것들이고요 당연히 누구나 해야 할 도덕화된 행위로 나타나는 것이죠 "]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고 본 듯,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감성의 통치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헌신과 희생, 애민의 이미지를 띄우며 고민하며 함께하는 지도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고 나선 건데요 2011년 12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식에서 김 위원장은 눈물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장례식 때 김정일 위원장이 눈물을 거의 보이지 않은 것과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후 선대 지도자들을 떠올리며 격해진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줬고, [조선중앙TV/2014년 12월 : "원수님의 영도를 더 잘 받들어나갈 불타는 마음들을 그토록 소중히 새겨 안으시면 눈곱을 뜨겁게 적시신 경애하는 원수님 "] 보육원을 찾아 아이들의 재롱을 보면서도 울먹이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조선중앙TV/2015년 1월 : "아버지 원수님의 그 은정 너무도 고마워 어린이들은 행복의 눈물을 흘렸고 아이들을 바라보시며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도 뜨겁게 눈곱을 적시셨습니다 "] 선대는 물론 자신과도 각별한 관계였던 원로들의 장례식에서도 김 위원장의 눈물은 이어졌는데요 [조선중앙TV/2015년 12월 : "(김)양건 동무 내가 왔어 어서 일어나오 (김)양건 동무 함께 손잡고 해야 할 많은 일들을 앞에 두고 간다는 말도 없이 이렇게 야속하게 떠난단 말이오 "] 이런 감성 행보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공감대를 얻어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을 거란 분석입니다 [손효종/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공포정치만으로는 끊임없이 통치 정당성을 재생산하는데 한계가 있을 겁니다 재생산 구조가 지속적으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에 대한 경외 그리고 유대감을 갖게 할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즉 통치자를 한편으로는 영웅으로 격상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어버이와 같은 보호자 또는 애정의 대상으로 만들어서 절대자의 위치에 놓고자 교육이나 언론, 예술, 공연 등 다양한 방식의 우상화를 통해 주민들에게 심리적 접근을 해왔습니다 "] 북한 주민들은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장기화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했을 때도 최고지도자의 눈물을 보며 울컥했습니다 야간 행사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유례없는 눈물 연설을 선보인 겁니다 [김정은/국무위원장/2020년 10월 10일 : "우리 인민군 장병들이 발휘한 애국적이고 영웅적인 헌신은 누구든 감사의 눈물 없이는 대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 붉어진 얼굴로 울컥하거나, 안경을 벗었다 쓰며 감정을 추스르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습니다 [김정은/국무위원장/2020년 10월 10일 : "오늘 이 자리에 서면 무슨 말부터 할까 많이 생각도 해보았지만 진정 우리 인민들에게 터놓고 싶은 마음속 고백, 마음속 진정은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뿐입니다 "] 생사에 내몰린 주민들에게 호소와 위로, 격려의 효과를 거뒀는데, 정상 국가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갑니다 [하승희/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연구초빙교수 : "국가 지도자 이미지 만들기는 북한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대내외 지도자의 특정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분석적) 균형과 함께 기존에 바라봤던 시각에서 벗어나 과연 거기에서 나타날 수 있는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손효종/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김정은 위원장은 과오를 인정하고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소위 성장형 리더십을 보이면서 대중들에게 다가가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를 통해서 더 대중적인 이미지를 획득하고 또 젊은 지도자의 한계라는 약점도 인간적으로 보완하는 모습을 보이는 효과를 얻고자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권위를 내세우며 고통스런 상황을 감추려 하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낸 것도 주목됩니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정말 김정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죠 외부 환경이 녹록지 않고 내부에서도 경제적 문제나 식량 문제가 뜻한 대로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구조이고요 그런 와중에도 열심히 하고 있고 정말 힘들다는 감정이 전혀 (진심이) 아니라고 보기도 어렵죠 정말 애쓰고 있으니 봐주세요 저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거 말고 다른 방법이 있나요? 라고 하는 호소가 눈물이라든가 이런 걸로 나타났다고 볼 수가 있고요 "] 하지만 북한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없이 반복되는 감성 통치는 주민들의 불만과 피로감만 키울 가능성이 더 커보입니다 반동문화사상배격법과 청년교양보장법 등 2020년 이후 강력한 통제법들의 도입은 김정은식 감성 통치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분석입니다 [손효종/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굉장히 스킨십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이나 스킨십을 하는 한편 반대로는 또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두 갈래로 발전하고 있는 것 자체가 아마도 (결속) 약화의 우려가 반증 되는 증거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결국 근본적인 개선이 없이는 경제 성장이 어렵고 또 지속 가능한 발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눈물로 시작해 꽃과 석양, 무릎 경례까지 감성적인 장치를 총동원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아무리 핵과 미사일을 갖고 있어도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어려운 상황에서, 눈물 어린 감성이 주민들의 불만을 얼마나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KBS 기사 원문보기 : ▣ 제보 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홈페이지 : ◇ 이메일 : kbs1234@kbs co kr #북한 #김정은 #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