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라는 겁니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어디로 가라는 겁니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시인이 어릴 적 가장 반가웠던 말은 "돼지고기 끊어왔다"는 아버지 말씀이었습니다 신문지에 둘둘 말아 온 고기를 연탄불에 뒤적이며 어머니가 말하셨지요 "남의 집에 세 들어 살면서 고기 볶는 냄새 퍼져나가 좋을 거 없다… 방문을 꼭꼭 닫고… 입 안에 기름 한입 고이던 밤" 1980년대 가난한 소설가가 셋방 구하려고 헤맨 이야기를 단편 '지상의 방 한 칸'에 담았습니다 그러자 가난한 시인이 같은 제목으로, 사글세를 못내 방 비워줄 처지를 탄식했습니다 "초라한 몸 가릴 방 한 칸이 망망천하에 없단 말이냐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 잠이 오지 않는다" 1990년 미친 듯 뛰는 전셋값을 못 이겨 세입자 열일곱 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그 유서 한 대목 보시지요 "정치하는 자들, 특히 경제 담당자들이 탁상공론으로 하는 정책마다 빗나가고 실패하는 우를 범해, 서민의 목을 더이상 조르지 않도록 해주시옵소서 " 새 임대차법 시행 석 달 만에 전셋집 품귀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전국 전세수급지수가 191까지 올라 19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그 많던 전세 물건 씨가 마르면서 서울은 물론 주요도시 전셋값이 하늘이라도 뚫을 기셉니다 그러면서 듣도 보도 못한 웃돈들이 생겨났습니다 세입자가 나가주는 대가로 위로금을 요구하고, 전셋집 구해달라고 촉진비를 씁니다 집 보여주며 관람료를 받고, 세입자끼리 권리금을 주고받는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웃지 못할 코미디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제 발등 찍기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자신이 주도한 임대차법 탓에 전셋집에서는 쫓겨나고, 갖고 있던 아파트는 세입자가 안 나가겠다고 해, 오도가도 못할 처지였지요 그러다 결국 세입자에게 위로금을 건네고 집을 팔 수 있게 됐습니다 한 나라의 경제 사령탑이 뒷돈을 쥐어주고 집을 파는 이 역설적 상황은 비극입니까? 희극입니까? 정부는 결코 시장을 이기지 못합니다 권력이 아무리 높아도 국민의 밥그릇보다는 아래에 있는 것입니다 홍 부총리는 그러고 나서야 "지난 10년의 전세대책을 검토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실토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전세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했습니다 믿으라고 하는 말인지 스스로의 정신 승리를 되새기는 말인지 알 수 없습니다 국민들은 이제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있어 달라"고 절규합니다 11월 2일 앵커의 시선은 '어디로 가라는 겁니까?' 였습니다 [Ch 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 공식 홈페이지 👍🏻 공식 페이스북 👍🏻 공식 트위터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 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