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수반 소설 - 감기 (1)
숙직실에서 반쯤 감겨있는 눈을 겨우 뜬 각별 경사가 숙직실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이상하게 오늘따라 몸이 찌뿌둥한 것을 알아차린 각별 경사는 아, 평소에도 몸은 찌뿌둥했지만 오늘따라 더 찌뿌둥한 것을 알아차렸다 찌뿌둥한 것만이 걸리는 것은 아니였다 이상하게 몸이 무겁고, 난방을 세게 틀어놓은 관할서인데도 몸에 오한이 느껴졌다 3년전에 느꼈던 감기의 증세였다 몸 좀 잘 챙기라던 라더 경장의 말을 헛으로 들은 각별 경사의 잘못이였다 ' 아직 젊다고 생각했는데 한번 무리했다고 갑자기 감기까지 오다니 ' 각별 경사가 무거운 몸을 천천히 일으키고는 침대 밑에 가지런히 벗어놓은 신발을 구겨 신었다 " 추워 " 숙직실 밖으로 나온 각별 경사가 팔꿈치 위로 걷어올렸던 와이셔츠 소매를 내렸다 그러고는 두 팔을 서로 마주잡고, 춥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관할서의 정문은 닫혀있었고, 관할서에는 난방이 틀어져 있었지만 오한이 도는 각별 경사는 추위에 덜덜 떨면서, 미스터리 수사반 사무실로 한걸음, 한걸음씩 걸음을 옮겼다 " 공 경장, 밥은 집에서 먹고 와 아침부터 사무실에 냄새가 배기잖냐 " " 알겠어요, 라 경장님~ " " 야야, 창문 열지마! " 창문을 열려는 라더 경장에게 소리친 각별 경사였지만, 라더 경장은 이미 창문을 연 후였다 각별 경사는 사무실 한켠에 있던 담요를 급하게 들고 와서 덮었다 팀원들이 그런 각별 경사에게 이목을 집중했다 각별 경사의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는 듯 했다 " 저 각 경사님 ? " " " " 각 경사님 ? " " 어 어 왜 " " 경위님께서 잠깐 휴게실에서 보자 하십니다 " " 알겠어 " 다크서클이 훅 내려와 있는 얼굴과는 대조되는 핑크색의 담요를 덮으며, 휴게실 쪽으로 걸어가는 각별 경사 그런 각별 경사에게 향하는 시선들이 각별 경사에겐 그저 부담스럽기만 했다 시선들을 겨우겨우 삼키며 휴게실 안 쪽으로 들어오자, 잠뜰 경위가 김이 폴폴 올라오는 차 두잔과 함께 테이블 앞에 앉아있었다 " 앉게, 각 경사 " " 아 예 " 떨떠름하게 의자에 앉은 각별 경사가,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잠뜰 경위의 눈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어정쩡한 제스처를 취했다 잠뜰 경위가 고개 숙인 각별 경사의 쪽으로 차를 슬쩍 밀었다 각별 경사는 추운 몸을 녹이려, 그 차를 한모금 마셨다 " ㅇ 아악 " " 왜 그러나? " " 너무 뜨거워서 혀를 데였습니다 큼 " 각별 경사가 자신도 부끄러운지, 아니면 감기 기운이였는지도 모른 채,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그 때문인지 각별 경사의 몸은 한결 따뜻해졌다 각별 경사가 담요를 무릎 위에 올리자, 잠뜰 경위가 입을 열었다, " 각 경사 " " 예, 말씀하시죠 " " 그 자네에게 특별 휴가를 줄까봐 " " 네? 그게 무슨 " " 말 그대로라네 최근동안 많이 무리한 것 같기도 하고 많이 힘들어보여서 " " 아뇨 전 ㄱ - " 쿠당탕 각별 경사의 몸의 중심축이 앞으로 기울더니, 이내 각별 경사의 시야가 점점 캄캄해지기 시작했다 귓가에는 희미하게 각별 경사를 부르는 잠뜰 경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각별 경사의 시야가 점점 더 새카맣게 물들어갈 때 즈음에 각별 경사, 자신을 부르는 잠뜰 경위의 희미한 목소리가 멎었다 아니, 멎은 것은 아니고, 그저 각별 경사의 의식이 잠깐동안 사라졌었던 것 뿐이였다 " 허억 " " 일어났나? " " 이게 어떻게 " " 어어어 일어나지 말게 아직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하니 " 각별 경사가 갑작스럽게 든 정신을 붙잡고 깨어난 곳은 관할서 안쪽에 위치해 있는 의무실이였다 지끈거려오는 머리 때문에 몸을 일으키기 힘들었던 각별 경사는, 잠뜰 경위의 말에 조심히 다시 몸을 뉘였다 잠뜰 경위가 입을 열었다 " 감기 기운이 있었으면 말을 해주지 " " 별거 아닐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냥 약한 감기일거라 생각했는데 쓰러질 정도까지 몸이 약해진지는 몰랐습니다 " " 그래도 괜찮아서 다행이군 아, 특별 휴가 건은 찬찬히 생각해보고 말해주게 그리 서두를 것도 아닐테니 " " 특별 휴가는 안 주셔도 됩니다 어차피 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다 했어야 할 일이였을거고 무엇보다 제가 없으면 미스터리 수사반은 어떻게 굴러갑니까 - " " 뭐, 각별 경사 뜻이 그러니 내가 강요로 휴가를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쨌든, 감기 기운도 있으니 푹 쉬게 " " 네, 오늘 감사했습니다 경위님 " " 나중에 한번 더 들리겠네 " ' 고맙네, 각 경사 이 팀에게도, 나에게도 ' 언제 잠에 빠져들었는지도 잘 몰랐던 각별 경사의 눈이 슬쩍 떠졌다 침대에 누워있어도 잘 보이는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오후 6시 30분 새삼 자신이 잠을 정말이나 오래 잤다는 것을 깨달은 각별 경사가 무거운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툭 물수건이 이불 위로 떨어졌다 " 누가 물수건을 올렸나보네 " 각별 경사는 혼잣말을 하면서 물수건을 집었다 아직 시원한 물수건이 각별 경사의 뜨거운 손을 시원하게 물들여갔다 그러던 중에, 똑똑 하고 누군가 노크했다 ' 들어오세요 ' 각별 경사가 말했다 " 각 경사님, 괜찮으세요? " " 각 경사님, 괜찮으십니까? " " 각별 경사님, 괜찮으세요?! " " ㅎㅇ " " 공 경장, 여전하네 하이가 뭐야 " " 뭐요 자기 몸 하나도 못 챙기고 " " 각 경사, 몸은 좀 어떤가? " " 몸이요? 머리가 살짝 지끈거리는 것 빼고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 " 곧 퇴근시간이니, 다들 자기 짐들 챙겨서 퇴근하자고 " " 넵!! " 의무실에는 각별 경사와 잠뜰 경위만이 남아있었다 조금의 어색한 기류가 맴돌았다 잠뜰 경위가 꾹 닫고 있던 마른 입술을 열었다 " 저, 각 경사 앞으로는 무리하지 말게 천천히 해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하니ㄲ - " " 뭐예요 그것 때문에 오늘따라 얼굴이 죽상이셨어요? " " 각 경사, 난 정말 진심으ㄹ - " " 저도 진심이예요 그러니까, 계속 죽상으로 계시지 마시고, 웃어요 " " 진짜 각 경사는 " "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재주가 있다니까 " - 문제 될 시 삭제 - 연성 및 참고 가능 - 편의상 님 호칭 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