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뿐입니다 [신동욱 앵커의 시선]
서귀포 앞바다 섶섬이 바라다보이는 언덕에 방 세 칸 초가가 있습니다 비운의 천재 이중섭의 '섶섬이 보이는 풍경'에 나오는 초가입니다 한 평 반, 궁벽한 끝방에서 이중섭은 아내, 두 아들과 오종종 다리를 포개며 살았습니다 1951년 열한 달 피란살이였습니다 이중섭의 짧은 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였지요 네 가족은 날마다 바닷가에서 게를 잡아 와 군용 반합에 쪄 먹곤 했습니다 그림 주제가 가족과 아이들로 바뀌면서 이중섭은 '서귀포의 환상' '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 같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이 '길 떠나는 가족'은 서귀포로 떠나는 이중섭 가족의 모습입니다 슬픈 피란이 아니라 즐거운 소풍입니다 서귀포는 이중섭의 유토피아였습니다 가난에 시달리다 이듬해 아이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돌아간 아내 마사코도 서귀포를 떠나며 동갑내기 집주인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고 합니다 "이 댁에서 보낸 일 년이 가장 행복했다"고… 그 마사코, 우리 이름 이남덕 여사가 백 한 살에 세상을 떴습니다 이 여사는 이중섭을 앞세우고 평생 독신으로 살며 두 아들을 키웠습니다 일본으로 미술 유학을 갔던 이중섭을 만나 결혼한 뒤 10년의 추억으로 70년 세월을 살아낸 것이지요 외로울 때마다 이렇게 이중섭의 편지를 꺼내보곤 했습니다 편지에는 진한 사랑과 애타는 그리움이 넘쳐납니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천하제일 여인" "소중하고 또 소중한 나만의 천사이자 훌륭한 남덕"… 편지 끝엔 부부가 손을 맞잡고 행복하게 미소 짓는 그림과 함께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길고 긴 내 뽀뽀를 받아주오" 이중섭은 아내가 떠난 이듬해 선원증을 겨우 구해 도쿄에서 일주일을 머물며 회포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뒤 '소' 연작과 '부부'를 비롯한 걸작을 쏟아냈지요 하지만 후배에게 배신과 사기를 당하고 몸과 마음에 병을 얻어 나이 마흔에 떠났습니다 이 여사는 9년 전 서귀포 옛집을 찾아 주인 김순덕 할머니와 재회했습니다 텅 빈 방, 남편의 사진에 두 손 모아 기도했습니다 "고마워요" 이 여사는 하늘나라 남편에게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함께하겠다"고 편지를 썼습니다 "재혼도 하지 않고… 일편단심 당신뿐이었어요… 그랬어요" 이제 이중섭도 70년 그리움과 외로움을 떨쳐내고 부부 재회의 꿈을 이뤘겠지요 연애 시절 이 여사의 발에 약을 발라주던 이 엽서화처럼 말입니다 8월 31일 앵커의 시선은 '당신뿐입니다' 였습니다 #이중섭 #마사코 [Ch 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 공식 홈페이지 👍🏻 공식 페이스북 👍🏻 공식 트위터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 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