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70년기획⑮] 이두희 할아버지/평안남도 중화  ㅣ  KBS 210215 방송

[이산70년기획⑮] 이두희 할아버지/평안남도 중화 ㅣ KBS 210215 방송

“어머니와의 마지막 이별, 평생 죄책감으로 남아" 이두희 할아버지의 고향은 평안남도 중화군입니다 평양이 지척인 곳으로 학교를 평양에서 다녔습니다 밑으로 두 동생이 있었지만, 나이 차이도 있고 학교에 다니느라 동생들과 친해질 겨를이 없었습니다 올해 89세의 이두희 할아버지가 피란길에 오른 것은 17세 때였습니다 결혼한 형과 어린 동생 둘 그리고 어머니까지 6명이 함께 고향을 떠났습니다 ■"다 살자고 다 죽을 순 없다"…피란길에 헤어진 어머니와 동생들 사리원쯤 닿았을 때 사리원 성당이 폭격에 무너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신 어머니는 그날 저녁상을 물리며 형제들을 불러 말씀하셨습니다 ‘식구가 떨어져야 한다 다 살자고 다 죽을 순 없다’ 그러면서 이두희 할아버지에게 ‘형을 따라서 이남에 가겠느냐 아니면 여기 떨어져 나와 가겠느냐’ 물어보셨습니다 할아버지는 ‘형님과 함께 가겠다'고 했습니다 10살, 6살 된 동생들은 형들 눈치를 보며 대답을 못 하다가 어머니 치마 뒤로 숨었습니다 쏟아지는 피란민 대열에 휩싸여 어머니와 동생들 모습이 사라져 갔고, 그 길로 가족은 흩어지게 됐습니다 ■"달력에 내 생일은 없습니다"…평생의 죄책감으로 남아 그때 든 생각이 ‘아, 살았구나’ 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이별은 이두희 할아버지의 마음에 평생 죄책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어머니가 안 가시면 저도 못 갑니다’ 라고 말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효심이 없어서, 형 노릇을 제대로 못 해서 어머니와 동생들을 피란길에 두고 왔다는 미안함입니다 그 후로 지난 70년 동안 할아버지는 본인의 생일을 차리지 않습니다 그 좋아하던 노래도 이젠 부르지 않습니다 기뻐하고 즐기는 건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할아버지는 매일같이 기도를 드립니다 이북에 있는 어머니와 동생들의 안녕을 빌며 한자리에 모여 가족의 사랑을 나눌 날이 빨리 오기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