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인유와 패러디의 정의, 시 쓰기, 시 창작, 시 해석, 시 해설
/// 영월로 슬픔의 래프팅을 떠나자 / 김영남 슬픔도 얻어 재산이 된다면 영월행 기차에 몸을 싣겠네 청량리에서 원주, 제천을 지나 영월역에 내려 초행길을 물으면 향이라도 피워올려주고 싶은 단종의 푸른 하늘을 만나네 동강과 서강의 물 가슴에 끌어들여 슬프디슬픈 수력발전을 하고 싶은 곳 ― 김영남, 「영월로 슬픔의 래프팅을 떠나자」 부분 /// 황홀한 떨림 / 이재훈 나무가 떨고 있다 자동차가 나무 곁을 휙 지나자 나뭇잎 몇 개가 팔랑 떨어진다 팔짱 낀 연인 사붓이 나뭇잎을 밟고 지난다 과자 부서지는 소리 남의 살 밟는 소리가 이렇게 경쾌할 수 있다니 기록된 역사에 의하면 1488년 포르투갈의 바스코 다 가마는 아프리카의 희망봉을 밟았다 희망봉은 인간에게 밟히는 순간 역사가 되었다 외제차가 지나고 덤프터럭이 지나간다 목젖이 날카롭게 튀어나온 소년이 나뭇잎에 가래침을 텍 뱉는다 나무는 떨고 있다 멀리서 아기를 잠재우는 자장가 소리에 놀라 살 몇 점이 팔랑 떨어진다 연인이 나뭇잎을 밟으며 꼭 껴안는다 몇 분의 시간과 공간이 바삭 부스러진다 기록되지 않는 역사가 한 풍경으로 남아 떨고 있다 ― 이재훈, 「황홀한 떨림」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