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미사일 소동 [신동욱 앵커의 시선]
절에 들어서면 험상궂은 네 수호신 사천왕이 천왕문을 지키는데, 바로 오른쪽에 이렇게 취모검을 비껴든 증장천왕이 버티고 있습니다 칼날에 머리카락 한 올을 올려놓고 입으로 불면 잘린다는 검이지요 중생의 번뇌와 어리석음을 끊어주는 지혜의 칼입니다 서산대사의 제자 일선선사는 입적하며 남긴 임종게에도 나오지요 "석 자 취모검을 오랜 세월 북두성에 감추었네 허공에 구름 흩어지자, 그 칼끝 비로소 드러나네" 그렇듯 취모검은 함부로 휘두르는 칼이 아닙니다 결정적인 순간 사람을 살리는 활인검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그 소중한 칼을 모처럼 잔뜩 폼잡고 뽑았는데 녹슬고 이가 빠진 검이었다면 어떻겠습니까 "황금 칼집에 납으로 된 칼이 들어 있더라"는 영어 속담처럼,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을 겁니다 잘 아시듯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을 때리는' 교란 전술을 성동격서라고 하지요 그런데 동쪽으로 요란하게 쏘아 올린 포탄이 서쪽 아군 진지로 떨어지면 또 어찌 되겠습니까 군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동해로 발사한 현무 미사일이, 뒤로 날아가는, 어이없는 낙탄 사고를 냈습니다 한밤중 강릉 군기지 골프장으로 추락한 게 천만다행입니다만 하마터면 대형 인명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만에 하나 탄두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채 강릉 시내에 떨어졌다면 어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군은 5년 전에도 북한 도발에 맞서 현무2 A형을 발사했다가 몇 초 만에 바다에 추락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고장을 일으킨 C형은, 북핵과 미사일 시설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의 핵심 전력이라고 자랑해 왔는데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습니다 더 한심한 건 사고 난 지 여덟 시간이 지나도록 지역사회와 주민에게 아무런 통보도 설명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민가에서 불과 7백미터 떨어진 곳에서 큰 충돌음과 함께 섬광과 불길이 치솟았으니 강릉 시민들이 밤새 얼마나 불안하고 무서웠겠습니까 미사일 연료가 타면서 발생한 화재를 신고받고 소방대원들이 출동했지만 군부대로부터 "훈련상황" 이라는 말만 듣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 무신경과 강심장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가뜩이나 안보 불감증을 의심받던 군이 주민, 시민의 안위마저 무시하면서 어떻게 신뢰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전 정권 탓이다 현 정권 탓이다 싸우기 전에 무엇이 문제인지 철저하게 규명해 다시는 이런 망신을 사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사고는 터질 수 있다지만 사고에서 배우지 못한다면 국민은 어디에 기대겠습니까? 10월 6일 앵커의 시선은 '한밤중의 미사일 소동' 이었습니다 #현무미사일 #강릉시민 [Ch 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 공식 홈페이지 👍🏻 공식 페이스북 👍🏻 공식 트위터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 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