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누이’라고 부르며 접근…전 재산 털려

[뉴스 따라잡기] ‘누이’라고 부르며 접근…전 재산 털려

기자 멘트 정이 고픈 독거노인에게 유난히 살갑게 굴던 40대 남성이 있었습니다 누이라고 부르며 할머니를 따르던 남성은 어느 날부터 할머니에게 돈을 빌려가기 시작했습니다 한 푼 두 푼 계속된 요구에 할머니는 결국 평생 모은 전 재산을 다 털렸습니다 심지어 이 남성은 할머니 돈이 바닥나자, 할머니 친구의 돈까지 노렸습니다 의지할 데 없는 불쌍한 할머니들에게 접근해 사기 행각을 벌인 남성,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67살 원모 할머니가 사는 곳은 화장실도 부엌도 없는 작은 지하방입니다 전에 살던 집의 보증금까지 전 재산을 다 잃은 할머니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녹취 원00(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물도 안 나오고 화장실도 없고 아무것도 되는 게 없어요 여기 임시로 들어온 거예요 왜 들어왔느냐면먼저 저기 있던 보증금 돈이 없으니까 ” 10년 넘게 간병인으로 일해 온 할머니는 3년 전 유방암에 걸려 수술을 받았습니다 휴식이 필요했지만, 용돈이라도 벌 생각에 폐지를 줍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모든 사태의 발단이었습니다 녹취 원00(피해 할머니/음성변조) : “집에 모아 놔서 얼마 정도 되면 오라고 전화하면 와서 싣고 가요 그렇게 했는데 작년 초쯤 차 운행하던 사람이 그만두고 얘(피의자)가 온 거예요 ” 고물상에 새로 취업해 온 45살 김 모 씨 김 씨는 유난히 할머니에게 친근하게 굴었고, 할머니도 그런 김 씨를 좋게 봤습니다 녹취 원00(피해할머니/음성변조) : “누이라고 그랬지 처음에는 다른 걸로 했다가 누이로 부르더라고 젊은 사람이 험한 일을 열심히 하는 걸보니까 그냥 살아보려고 그러나 보다 이렇게 봤지 ” 그러다 김 씨가 어느 날 할머니에게 사업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녹취 원00(피해할머니/음성변조) : “베트남 사장 만난다, 대방동 사무실에 간다, 맨날 그랬어요 그때 금융 문제 건들이 있어서 그게 조금 까다로워졌다고 공증비 들어가는 거 아버지가 그건 네가 알아서 하라 그랬대요 그래서 그걸 해줬어요 공증비 일부를 ” 딱한 마음에 할머니는 김 씨에게 돈을 빌려줬습니다 녹취원00(피해할머니/음성변조) : “처음에 30만 원 줬다가 얼마 조금 더 한다 해서 몇 백이 됐죠 그 뒤에 세금 들어가야 되고 뭐 들어가야 되고 계속 그러고 천만 원 이상 들어갈 때도 있었고…… ” 그렇게 조금씩 빌려간 돈이 어느새 2억 원을 넘어갔습니다 암 치료를 위해 받은 보험료, 간병으로 모아둔 돈, 폐지 판 돈까지 싹싹 털었습니다 녹취 원00(피해할머니/음성변조) : “의심 안 했죠 왜냐하면 자기 아버지가 이렇게 해주고 자기 엄마가 얼마를 줬네 이러니까 그러려니 했죠 ” 할머니는 더 빌려줄 돈이 없게 되자, 간병을 하면서 알게 된 친구를 김 씨에게 소개해 줬습니다 녹취 박00(피해할머니/음성변조) : “1억 6천6백 만 원을 받을 수 있는데 돈이 2백5십만 원이 없어서 못 받는대요 내가 빌려줬는데 한 며칠 있으니까 또 5백만 원 빌려 달래요 왜 자꾸 이렇게 돈이 들어가나 내가 물으니까 원단 장사 하는 아이라 그랬나, 작년부터 안대요 ” 박 할머니 역시 언변이 좋은 김 씨의 말에 속아 넘어갔습니다 박 할머니가 김 씨에게 빌려준 돈은 1억 9천여 만 원 아픈 딸을 위해 평생 간병일을 하며 먹지도 쓰지도 않고 모은 돈이었습니다 녹취 박00(피해할머니/음성변조) : “진짜 잠도 안 자고 먹지도 않고 내가 일 년 내내 일해도 식당가서 내 밥 한 끼 사 먹은 사람이 아니에요 내 아픈 아이가 내가 살았을 적에 밥이라도 내가 안 굶게…… ” 김 씨를 고소하러 경찰에 간 박 할머니는 또 한 번 땅을 쳐야 했습니다 이미 김 씨를 신고한 사람들이 있었던 겁니다 또 다른 피해자도 고물상에 드나드는 폐지 줍는 할머니들이었습니다 인터뷰 이건동(주임/서울 강서경찰서 경제1팀) : “"내가 100만 원짜리 수표 있으니까 할머니 있는 돈 싹 다 빌려줘 ”금방 줄 것처럼 하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