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법무부, 이런 경찰 [신동욱 앵커의 시선]
앨런 튜링은 2차대전 때 독일군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해낸 천재 수학자였습니다 하지만 동성애가 드러나 '성적 문란' 죄로 체포됐고, 판사는 감옥과 호르몬 치료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화학적 거세로 동성애 성향을 치료한다는 건데… 감옥에선 연구를 못 하니까" 그는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으며 부작용과 굴욕에 시달리다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의 곁엔 한입 베어 문 사과가 나뒹굴어 있었다고 하지요 그래서 한동안 이 애플사 로고가 '컴퓨터의 아버지' 튜링을 기리는 독사과라는 얘기가 나돌았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체리로 잘못 알까 봐' 한입 먹은 흔적을 그려 넣은 거라고 합니다 화학적거세는 약물로 성 충동을 억제시키는 현대판 궁형입니다 우리나라도 2011년 성도착 범죄자에게 내리는 치료 명령으로 도입해 그동안 쉰 명 안팎에게 집행했습니다 기소돼 법정에 선 이 20대 남자의 범죄는 차마 입에 올릴 수 없게 끔찍하고 참담합니다 동거인의 어린 딸에게 몹쓸 짓을 하고 잔혹하게 학대해 살해한 혐의입니다 범행 후 아기의 행방을 묻는 외할머니에게 성도착적 문자를 보낸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법정 최고형과 화학적거세를 탄원하는 목소리가 나올 만도 합니다 화학적거세는 2015년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으로 법적 문제는 해소됐지만, 여전히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는 추세입니다 우울증, 치매, 간 이상 같은 부작용이 만만치 않고, 재범을 막는 효과도 연구에 따라 엇갈리기 때문입니다 전자발찌와 신상 공개만 제대로 해도 재범률을 낮출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발찌를 끊고 돌아다니며 두 여성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에게 발찌는 장식품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가 두 번째 피해자 차량에 시신을 싣고 경찰서에 나타나도록 법무부 보호관찰소와 경찰은 뒷북만 치고 다녔습니다 그가 자수하지 않고 계속 활보하고 다녔다면 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를 일입니다 박범계 장관은 지난달 법무부 전자감독시스템이 "세계적 수준" 이라고 치켜세우며 전자발찌를 차 봤습니다 그런데 법무부가 내놓은 연쇄살인사건 후속 대책은 또다시 발찌 재질을 견고하게 바꾸겠다는 겁니다 그래봐야 감시 관리하고 수사하는 자세들이 이 지경이어서는 전자발찌인들 화학적거세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8월 31일 앵커의 시선은 '이런 법무부, 이런 경찰' 이었습니다 [Ch 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 공식 홈페이지 👍🏻 공식 페이스북 👍🏻 공식 트위터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 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