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합니다 [신동욱 앵커의 시선]

난감합니다 [신동욱 앵커의 시선]

옛 민간요법에 '학질은 놀라게 하면 낫는다'는 경압법이 있었습니다 목에 뱀을 감아주거나, 눈앞에 도끼를 휘두르는 식이었지요 일제강점기 경상도 거창에 사는 김 아무개씨의 아이가 학질에 걸렸습니다 김 씨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한문을 아는 참봉을 찾아가 부적을 써달라고 부탁했지요 참봉은 무언가를 써주며 아이 이마에 붙이라고 했습니다 '울던 아이도 뚝 그친다'는 일제 순사의 이름을 경압법으로 쓴 겁니다 광복 후 시대의 격변 속에 경찰의 이미지와 위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1991년 경찰청이 내무부 외청으로 출범하면서 만든 경찰헌장입니다 2011년엔 경찰관 백50명이 모여 수갑 반납 시위를 벌였습니다 '공무원 범죄 수사 개시와 함께 검찰에 보고하게 하는' 수사준칙 개정에 반발한 겁니다 그런데 그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수사 개시권을 얻은 경찰이 미덥지 못해 나온 견제 방안 이었습니다 그리고 10여 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찰이 거의 모든 범죄의 수사권을 독점하는 거대 권력 기관으로 재탄생하게 됐습니다 질문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경찰에 이 거대한 수사 권력을 맡겨도 되는지, 경찰은 과연 미덥고 공정하고 깨끗한 경찰로 거듭났는지,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경찰 조직 전체가 들썩이는 초유의 반발 속에,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직제 개정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경감-경위급 회의가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 추진되면서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격한 비판도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습니다 경찰서장회의를 "하나회의 12 12 쿠데타"에 비유하고 "경찰은 무기를 소지할 수 있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이 말 역시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사태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를 발언입니다 경찰도 이제 스스로를 솔직히 돌아볼 때가 됐습니다 경찰 독립이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지고지순의 가치인지? 경찰국만 없으면 정말 경찰 독립이 이뤄지는 것인지? 독립만 되면 경찰 수사가 언제나 공정하게 이뤄질 것인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통제를 받을 때는 경찰이 얼마나 독립적이었는지? 말이지요 멀리 가지 않고 드루킹 사건 하나만 보겠습니다 경찰은 드루킹을 체포하고도 한 달이 지나도록 숨기면서 대면조사 한 번 안 했습니다 서울경찰청장은 기자회견에서 김경수 전 지사 측 주장을 대변했다가 사흘 만에 거짓으로 드러나 사과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반발하는지 이해는 갑니다 앞으로도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겠지요 정부와 경찰, 다시 한 번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검찰은 '검수완박'으로 손발이 묶이고, 경찰은 '독립투쟁'으로 날을 지새면 대한민국의 정의와 질서는 누가 지킵니까? 우리 국민들의 삶은 누가 지켜 줍니까? 7월 26일 앵커의 시선은 '난감합니다' 였습니다 [Ch 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 공식 홈페이지 👍🏻 공식 페이스북 👍🏻 공식 트위터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 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