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앵커의 시선] 떠나야 할 때를 안다는 것

[신동욱 앵커의 시선] 떠나야 할 때를 안다는 것

재작년 존 키 뉴질랜드 총리가 갑자기 물러났습니다 사임 이유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아내가 수많은 밤과 주말을 홀로 보냈고, 두 아이는 엄청난 사생활 침해에 시달렸습니다 " 더 이상 가족의 고통을 두고 볼 수 없었다는 거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 절정의 정치인이 그것도 쉰다섯 살 한창 나이에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가 하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는 정계를 은퇴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정치를 위해 가족이 희생했으니, 이젠 정치가 양보할 때입니다 " 맥아더를 비롯해 수많은 영웅들이 멋진 퇴장의 변(辯)을 역사에 남겼지만, 가족에게 돌아간다는 말처럼 아름다운 귀거래사(歸去來辭)도 드물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의 차세대 지도자로 꼽혀온 마흔여덟 살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은퇴를 선언해 미국 정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제가 연임한다면 세 아이는 나를 ‘주말 아빠’로만 기억할 겁니다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겠습니다 " 그는 3년 전 하원의장 제의를 받았을 때도 "가족과의 시간만은 포기하지 않겠다"며 사양했습니다 의장이 된 뒤에도 주말이면 비행기로 3시간도 더 걸리는 위스콘신의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 곧 613지방선거가 치러집니다 결기에 찬 출사표가 쏟아지고 있지만 아름다운 귀거래사는 찾아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존 키 뉴질랜드 총리가 물러나면서 했던 말을 다시 들어 봅니다 "그간 물러날 때를 놓친 지도자를 숱하게 봤습니다 제겐 지금이 떠날 때입니다 " 정치인이 스스로 떠날 때를 선택한다는 건 분수를 안다는 뜻이기도 할 겁니다 남이 등 떠밀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돌아보면 답은 나오기 마련이지요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온 사회가 발칵 뒤집혔는데도 나만 그런 게 아니라며 버티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얼굴이 유난히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과 겹쳐 보입니다 4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떠나야 할 때를 안다는 것' 이었습니다 [Ch 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홈페이지 :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 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